영사관앞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 두고 부산시·동구 '눈치싸움'

입력 2018-04-13 15:19  

영사관앞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 두고 부산시·동구 '눈치싸움'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지역 시민단체가 노동절인 오는 5월 1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우기로 한 것을 두고 부산시는 시민단체에 대체 설치 장소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는 대체 장소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2016년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때처럼 부산시 등 관계기관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13일 노동자상 설립을 추진 중인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이날까지 시민 모금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으로 노동자상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목표치인 8천만원을 넘어 1억원 이상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산운동본부는 지난 1일 부산시와 면담에서 영사관 앞 노동자상 설치를 보장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부산시는 "노동자상이 영사관 앞에 설치되면 도로법상 불법인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고 남구에 있는 국립일제강제동원 역사관에 설치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며 "영사관 앞 도로 점용 허가나 도로 관리는 구청에 위임돼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부산시 답변에 따라 지난 10일 부산 동구청을 방문한 부산운동본부는 "부산시 사무위임 조례에 따라 도로점용 허가 권한은 구청에 있으니 노동자상 설치와 관련해 구청에 협조를 구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동구 측은 "도로관리사항은 구청에 위임된 사항일 뿐 부산시가 영사관 앞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구에서 영사관 앞 노동자상 설치가 '된다 안된다'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부산시와 동구는 2016년 말 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할 당시 이를 철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험이 있다.
시민단체는 부산시와 동구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론 악화를 우려해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운동본부 관계자는 "관계기관이 눈치싸움만 하며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며 "이와 상관없이 계획대로 노동자상을 영사관 앞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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