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로 제출된 소변량 들쭉날쭉…"마약투약 인정 안돼"

입력 2018-04-14 08:20  

증거로 제출된 소변량 들쭉날쭉…"마약투약 인정 안돼"
마약혐의 남성 항소심서 무죄…"증거조작 배제 못하고 시료 봉인도 미흡"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경찰의 간이시약 검사에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온 소변량과 모발 개수가 수사 과정에서 변동되거나 늘어났다면 마약투약 혐의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항소7부(김종수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41)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하며 마약투약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5월 24일 새벽 부산에서 택시에 승차해 신용카드 단말기를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뒤 마약 간이시약 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마약투약 혐의도 추가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A 씨는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경찰이 A 씨에게 채취한) 소변과 모발의 양이 계속해서 변동된 점, 경찰관이 피고인 앞에서 소변과 모발을 봉인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각 시료에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다고 담보할 수 없다"며 "시료 감정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지만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경찰이 채취한 A 씨 소변과 모발은 경찰 채취동의서에는 소변 30㏄·모발 50수였지만, 감정의뢰서에는 소변량이 50㏄로 늘었다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작성한 감정서에는 소변량이 40㏄로 줄고 모발 개수는 60수로 늘어났다.
같은 시료를 인수인계하며 그 양이 변동되거나 심지어 늘어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어 "A 씨가 평소 처방받아 복용한 향정신성의약품(라제팜정 등)에는 필로폰 성분이 없으나 마약 간이시약 검사시 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고, 경찰이 A 씨에게 제출받은 소변을 바로 간이검사하지 않은 이상 검사에 사용된 소변이 A 씨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필로폰 투약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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