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도전 단체장 잇단 공천배제…선거 판세 요동치나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자유한국당이 텃밭이나 다름없는 대구·경북에서 3선에 도전하는 시장·군수를 잇달아 공천에서 배제해 앞으로 이들 행보에 따라 선거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선 도전 단체장들은 상당한 지지기반을 형성하고 있어 무소속으로 출마해 친정인 한국당 후보와 정면 대결할 때 선거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본다.
일각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손을 잡고 소위 '무소속 연대'를 내세우면 파괴력은 배가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15일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에 따르면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최근 공천에서 안동, 예천, 울진, 경주 등에서 현역 자치단체장 공천을 배제키로 했다.
이 지역들은 당 지지율 대비 현역 자치단체장 지지율을 나타내는 교체지수가 65% 미만이다고 한다.
앞서 강석호 경북도당 공관위원장은 공천 원칙과 관련해 "3선 기초자치단체장은 당에 충성도가 낮아 3선 연임 신청지역은 기본적으로 여론조사를 해 교체지수를 볼 방침이다"고 일찌감치 물갈이를 예고했다.
23개 시·군 가운데 현역 시장·군수가 3선에 도전하는 곳은 10곳이다.
이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현역 단체장이 단수 공천을 받아 생환하거나 최소한 경선 명단에 들었으나 안동, 예천 등 컷오프 지역도 잇따라 탈락 후보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공천 결과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시민 의견을 도외시한 밀실 공천이다"고 주장했다.
또 "시장은 당보다 시민에게 충성해야 하는 자리이고, 당 충성도보다 시정수행을 얼마나 잘했느냐가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그동안 부동의 1위를 한 후보를 경선에서 제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비판했다.
권 시장은 지난 12일 이 같은 내용으로 경북도당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권 시장 지지자 150여명도 13일 중앙당을 찾아가 공천 결과에 거세게 항의했다.
권 시장은 오는 17일 무소속 출마를 포함해 거취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그는 "이젠 시민도 의식이 깨어있어 당보다 능력을 보고 판단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어찌 보면 홀가분하고 당이 나를 버린 만큼 부담 없이 나갈 수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이현준 예천군수는 "그동안 몸담은 당이라 공천 결과에 언급은 자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군수는 경북도당에 이의신청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는 17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군수는 "심사숙고를 위해 군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고 설명했다.
임광원 울진군수는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임 군수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군수 후보를 비롯한 지방정치인 공천이 당에 충성도, 교체지수 등 기준을 내세워 길들이기 차원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정부의 장을 비롯한 지방정치인 공천은 지역 발전을 위한 적임자 선택을 위해 군민을 비롯한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무소속 출마 결심을 밝혔다.
당초 3선에 불출마하기로 했다가 이를 번복했으나 한국당 공천에서 탈락한 최양식 경주시장 측은 결과 발표 다음 날부터 강력히 반발했다.
최 시장 지지자 등 수십 명은 지난 10일 김석기 의원 경주 사무실과 경북도당 당사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11일에는 중앙당을 찾아가 공천 탈락 원천무효를 촉구했다. 최 시장은 오는 16일께 무소속 출마 여부를 포함한 의견 발표를 검토 중이다.
대구 8개 구·군 가운데 유일하게 교체지수 적용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김문오 대구 달성군수도 이에 반발해 중앙당에 이의를 제기했다. 중앙당이 대구시당 공관위에 재심을 요구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 군수는 "당이 이의 제기를 수용하지 않아 무소속으로 출마해 군민에게 지지 여부를 직접 묻겠다"고 했다.
duc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