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취재 도중 납치된 에콰도르 언론인들의 구명 운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들이 모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12일(현지시간) 말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페루 리마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모레노 대통령은 이날 조기귀국해 기자회견을 열고 "납치된 언론인들이 모두 살해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납치범들에게 "12시간 이내에 인질들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13일 오전 11시까지 인질들이 살아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군대를 동원해 응징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레노 대통령의 발언 몇 시간 전, 한 콜롬비아 방송은 피랍자들의 시신으로 추정되는 참혹한 모습의 사진을 입수해 보도했다. 전문가 감식 결과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모레노 대통령은 이 사진들이 진본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밝혔다.
그는 "자제의 시간은 끝났다"며 "범죄자들이 제멋대로 법을 만드는 걸 두고 볼 수 없다. 그들과 싸워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에콰도르 유력 일간지 소속 기자 2명과 운전기사는 콜롬비아와의 국경 지역에서 마약범죄에 관해 취재하던 중 납치됐다.
납치 이후 약 3주간 피해자 가족들과 동료들은 매일 밤 대통령궁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정부의 석방 노력을 촉구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에콰도르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정부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두 나라 모두 피해자들의 소재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정부 비판 여론이 제기돼왔다.
현지 언론들은 콜롬비아 정부와의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옛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잔당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옛 FARC는 2016년 11월 콜롬비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고 정당으로 거듭났지만, 일부 반대파 대원들은 에콰도르 국경 등에서 반정부 무장 게릴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콰도르는 옛 FARC 잔당 소탕 작전을 벌였고, 지난달엔 국경 치안 확보를 명분으로 군인과 경찰 1만2천명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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