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퍼스트레이디 역할 전면에 나서…동행 여부 관측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최근 전례 없는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선보이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27일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할지 관심이다.
북한은 평양에서 열린 1·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우자를 어떤 석상에도 참석시킨 적이 없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 방북한 이희호 여사나, 2007년 2차 정상회담 때 방북한 권양숙 여사는 북한의 여성계 대표들과 만났다.
김정일의 사실상 네번째 부인이었던 김옥은 김정일의 중국·러시아 방문에 동행하기도 했지만, 공식 배우자 자격은 아니었고 북한 매체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배우자로서 리설주의 존재와 역할을 전면에 부각하는 변화를 보여왔다.
리설주는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각종 공개 일정을 수행한 데 이어, 집권 후 첫 외국 방문이었던 지난달 25∼28일 방중에도 동행해 연회·오찬 등의 일정에 참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의 상대 역할을 한 것이다.
리설주는 3월 5일 김 위원장과 우리 대북특별사절단의 만찬에 동석했고, 이달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도 김 위원장과 함께 관람하는 등 최근의 주요 남북교류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4일에는 방북한 중국예술단 공연을 김 위원장 없이 단독으로 관람, 다른 나라의 정상 배우자들처럼 독자 활동에 나서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김정은 부부가 함께 외교 석상에 나서거나, 외교 과정에서 리설주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북한도 다른 나라들과 같은 방식으로 외교를 수행하는 '정상국가'임을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북측이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이런 효과를 노린다면, 1·2차 회담 때와 달리 이번에는 '부부동반' 형식의 만남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별도로 남북 최초의 '퍼스트레이디 회동'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이 실무적 성격이고,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도 비교적 제한된 공간이기 때문에 남북의 퍼스트레이디가 함께할 만한 일정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리설주를 동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은 리설주의 동행 여부를 회담이 임박해서야 우리 측에 통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북한 매체는 2월 8일 열린 '건군절' 열병식 보도를 계기로 리설주에게 '동지'가 아닌 '여사'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한 데 이어 리설주의 중국예술단 평양 공연 관람소식을 전할 때는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라는 표현을 처음 등장시켰다. 대내적으로 그의 위상을 본격적으로 높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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