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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제주 서귀포에서 발생한 열기구 추락 사고를 계기로 열기구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람에 민감한 열기구가 운항하는데 기상 및 항공당국의 통제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고된 사고가 아니었느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바람이 많기로 소문난 제주도에서 어떻게 열기구 관광 허가가 났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열기구에 대한 안전 기준 등을 규정한 법령은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등이다.
이 규칙은 열기구를 초경량비행장치로 분류하고서 등록 시 안전기준, 장치 기준, 비행 시 준수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열기구는 고도 150m 미만에서 시정이 5㎞ 이상 확보될 때 운항할 수 있다는 운항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항로 주변의 바람 세기나 비행 시기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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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 사업자가 사업신청을 할 때 일정 수준 이하의 외부 바람 세기 환경에서 운항하겠다고 신고하면 그만이다.
운항 시간대 제한도 따로 없다.
보통 관광용 열기구는 지형상 특이점이 없는 이상 하루 중 가장 바람이 약한 새벽 시간대에 운항하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항하는 열기구는 독자적 판단에 따라 이륙 등 운항을 결정한다.
사고를 당한 열기구가 당시 이륙을 결정할 때 기상 및 항공당국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해당 열기구는 당시 이륙 장소를 바꾸는 등 우왕좌왕하다 예정보다 1시간 35분이나 늦은 오전 7시 40분에서야 이륙했고, 8시 10분에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를 당했다.
터키 등 열기구 관광지를 다녀온 이들은 제주도의 열기구 사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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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최모(39)씨는 "작년에 터키의 관광지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탔는데 탑승 전날부터 가이드로부터 바람이 많이 불어 현지 기상청이 허가하지 않으면 탑승이 취소될 수 있다는 안내를 계속 받았다"며 "이륙할 때부터 착륙할 때까지 바람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열기구를 탔다"고 말했다.
최씨는 "열기구가 착륙할 때는 열기구의 무거운 바스켓을 트럭에 편하게 실으려고 아예 트럭 위 좁은 공간에 내렸는데, 바스켓이 정해진 지점에 정확하게 내릴 만큼 착륙할 때까지도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미흡한 안전 기준에 대한 보완책 마련에 나서기보다는 현행 규정상으론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토부는 13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열기구 업체가 허가사항과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연 1회 정기점검을 하고 필요시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며 "이 업체에 대해 제주지방항공청이 작년 6월 정기점검과 8월 특별점검을 했으나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승객을 태우고 공중을 나는 열기구에 대해 사후적인 장비 점검 등으로 충분하다는 국토부의 대응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오히려 안전불감증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오전 8시 11분께 서귀포시 남원읍 물영아리 오름 인근 산에서 열기구가 착륙하던 중 급강하하다 강풍에 조종 능력을 상실해 150m가량 바람에 끌려간 후 삼나무 방풍림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가 숨졌고 관광객 등 12명이 다쳤다.
현재 전국에 있는 열기구는 75대에 달한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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