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블럼 "코너 능숙하게 활용한 양의지 볼 배합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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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두산 베어스가 지난겨울 더스틴 니퍼트(38)와 작별하고 조시 린드블럼(31)을 영입했을 때 야구계는 흥미로운 눈길로 지켜봤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동안 두산에서 뛴 니퍼트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선수다.
두산이 니퍼트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롯데 출신인 린드블럼을 영입한 순간 둘 사이의 비교는 피할 수 없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4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⅓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던 린드블럼은 3월 30일 수원 kt wiz전에서 6이닝 1실점, 7일 잠실 NC 다이노스전 7이닝 3실점으로 연거푸 승리투수가 됐다.
그리고 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8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12-0 승리를 이끌어 시즌 3승(1패)째를 거뒀다.
등판할 때마다 1이닝씩 늘려가며 '이닝 이터'다운 면모를 뽐내고 있다.
이날 린드블럼은 100개를 던졌고, 최고 구속은 시속 149㎞까지 스피드건에 찍었다.
직구(18개) 대신 투심 패스트볼(39개) 위주로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를 공략했고, 스플리터(12개)를 결정구로 삼아 삼진을 유도했다.
슬라이더(17개)와 커브(11개), 체인지업(3개)까지 다양한 공을 던져 넥센 타자의 노림수를 흔들어놨다.
린드블럼은 이날 이렇다 할 위기조차 없었다.
3회말 선두타자 장영석에게 내준 단타가 첫 출루 허용이었고, 그마저도 후속 3타자를 범타로 간단하게 요리했다.
장영석은 김재현의 내야 땅볼 때 2루를 밟았다. 이게 린드블럼을 상대로 한 유일한 득점권 진루였다.
두산 타선도 활화산 같은 힘으로 린드블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6회까지 상대 수비에 막혀 숱한 기회에도 2득점에 그쳤던 두산은 8회 7점, 9회 3점으로 넉넉한 득점 지원을 했다.
린드블럼은 "오늘은 직구가 잘 들어갔다. 양의지가 홈플레이트 양 코너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볼 배합을 해준 덕분이다. 경기를 치를수록 밸런스가 좋아지는 걸 느낀다"고 공을 돌렸다.
린드블럼은 경기 후 꼬박꼬박 '복기 노트'를 쓰는 성실한 투수다.
그는 "요즘은 스플리터를 집중해서 연마한다. 앞으로 모자란 부분을 집중해서 연습해 팀이 이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린드블럼은 롯데에서 첫해였던 2015년 210이닝을 소화하며 13승 11패를 거둬 1996년 주형광 이후 롯데 선수로는 19년 만에 200이닝을 돌파했다.
롯데 팬은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던 린드블럼에게 '린동원'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롯데 하면 떠오르는 전설적인 투수 고(故) 최동원 전 감독을 떠올릴 만큼 빼어난 투구를 보여줘서다.
린드블럼 역시 롯데에서 뛸 당시 이 별명에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린드블럼이 넥센전처럼 이닝을 먹어 치운다면, OB(두산의 전신)의 레전드인 박철순의 이름을 따 '린철순'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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