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구성 또 불발…2차 협의도 소득없이 종료

입력 2018-04-14 00:26  

이탈리아 정부구성 또 불발…2차 협의도 소득없이 종료
"마타렐라 대통령, 내주 정부구성 촉진 중재인 임명할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가 총선을 실시한 지 40일 가까이 지났으나, 연정 구성 노력이 교착에 빠지며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정부 구성을 타진하기 위해 각 정파 대표들, 정치권 주요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12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한 2차 협의도 소득 없이 종료됐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13일 로마 대통령궁 퀴리날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면담 결과 정당들의 (연대)협의에 아직 진전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며칠을 더 기다린 뒤 교착 상태를 어떻게 풀지를 가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틀 간의 면담에서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무역 분쟁, 점증하는 시리아 위기 등 일련의 문제들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완전히 작동하는 정부가 시급히 출범해야 한다는 사실을 각 정당 대표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각 정당들이 자발적으로 합의에 이르길 며칠 더 기다린 뒤에도 뚜렷한 진전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오는 17일 또는 18일에 정부 구성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은 상원 의장이나 하원 의장 등 중립적 인사를 정부 구성 협상의 중재자로 임명해 각 정당들이 좀 더 허심탄회하게 논의에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에서 최대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31) 대표 또는 최다 득표를 한 우파연합의 중심 축인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45) 대표에게 정부 구성을 위한 임시 권한을 부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탈리아는 지난 달 4일 총선을 실시했으나, 어떤 정치 세력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탓에 정부 출범이 지연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탈리아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反)난민 정서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 여론에 편승,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나란히 약진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오성운동은 상하원 모두에서 33%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창당 9년 만에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떠올랐고, 5년 전 득표율이 4%선에 불과했던 동맹은 이번 선거에서는 18%에 근접한 표를 얻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 4개 정당이 손을 잡은 우파연합 가운데 최다 득표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총선에서 37%를 얻어 최대 정치 세력이 된 우파연합과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이 정부 구성 주도권을 둘러싸고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당초 연정 구성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던 중도좌파 민주당이 야당으로 남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정부 출범을 위해서는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이 손을 잡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의 연대는 오성운동이 베를루스코니의 FI와는 연대가 절대 불가하다는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오성운동은 지난 5년 간 정부를 이끌었던 중도좌파 민주당이나 우파연합 내 최대 정당으로 떠오른 극우정당 동맹과 손을 잡는 것은 가능하지만, 악폐와 구습의 대명사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는 함께 정부를 꾸릴 수 없다고 주장하며 살비니 동맹 대표에게 베를루스코니를 버릴 것을 종용하고 있다.
살비니는 그러나 이날도 우파연합이 와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성운동의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살비니 대표는 공영방송 RAI 라디오에 출연, "FI와 오성운동이 계속 상대를 서로 거부할 경우, 이탈리아인들은 염증을 느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며 "그러면 우리는 재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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