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엔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증거 있다…조만간 결단" 발언과 대조적
군사응징 카드서 대화·협상으로 선회 기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와 러시아 정상이 시리아 문제를 두고 대화노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군사응징 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내 든 서방이 러시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시리아 정권에 대한 공습 대신 협상으로 선회하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이 시리아의 분쟁 종식을 위한 대화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제궁은 보도자료를 내고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에게 시리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프랑스와 러시아의 대화가 계속되고 또 심화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시리아 정권이 반복적으로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공동전선을 마련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에게 "시리아에서 프랑스의 목표는 테러와 싸우는 것이고, 시민들의 고통을 경감하는 한편,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신뢰할 수 있고 포괄적인 정치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엘리제궁이 전했다.
대화와 협상을 강조한 마크롱의 이날 발언은 불과 하루 전에 TV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증거'가 있다면서 며칠 내로 적절한 대응책에 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앞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앞으로 24~48시간 이내에 어떤 중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해 시리아에 대한 무력응징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지만, 이후 러시아와의 충돌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로 입장이 다소 변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크렘린궁도 이날 양국 정상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AFP통신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은 마크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하고도 무분별한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크렘린 궁이 밝혔다. 서방의 시리아에 대한 군사응징 카드를 다시 한 번 정면으로 반대한 것이다.
크렘린궁은 아울러 양국 대통령이 자국 외무장관들에게 시리아의 긴장 완화를 위해 서로 긴밀히 접촉하라고 지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푸틴은 또한 이 통화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대해 14일 현장 조사를 시작하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철저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크렘린궁은 양국 정상이 OPCW의 시리아 방문계획을 높이 평가하고, 이 기구의 현지 조사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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