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는 로드 로즌스타인 미 법무차관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와 관련해 "자신은 할 일을 했고, 대통령에게서 해임당할 각오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미 NBC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즌스타인 차관과 가까운 인사들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해임이 임박했음을 예감하고 있고, 가능한 평화로운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인들에게 "나는 여기에 서 있다"라고 말하며,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를 결정한 것에 있어 지금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의 말은 중세 시대 종교개혁을 이끈 독일 신학자 마르틴 루터가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라는 제국회의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말한 '여기 제가 섰나이다. 저는 다르게 행동할 수 없나이다'(Here stand I, I can do no other)에서 따온 것이라고 NBC방송은 설명했다.
로즌스타인 차관은 지난해 3월 러시아 스캔들 연루설에 휘말린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이 스캔들의 수사지휘를 포기하고 권한을 넘겨주자,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지낸 뮬러를 특검에 임명해 수사하게 했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해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메모를 작성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넸던 그였지만, 특검 도입 결정으로 트럼프의 눈 밖에 나게 됐다.
특검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지난 9일 그의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자택과 사무실을 FBI가 압수수색 하자 최고조에 달했다.
이 때문에 그가 뮬러 특검이나 로즌스타인 차관 중 한 명을 자를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고, 뮬러 해임 시 불어닥칠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할 때 로즌스타인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NBC방송은 만약 로즌스타인 차관이 해임되면 법무부 직제상 노엘 프랜시스코 차관이 뮬러 특검의 수사를 지휘하게 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람으로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혀 특검 수사를 중단시키거나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수 성향 잡지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인 빌 크리스톨은 이날 MSNBC방송에 출연해 "로즌스타인 해임은 매우 큰 효과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오늘이라도 그를 해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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