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연속 관찰대상국 포함……"내수진작해 무역흑자 줄여야"
관찰대상국 6개국으로 늘어…한·중·일·독일·스위스에 인도 추가
김동연 부총리, 19일 IMF총재· 美재무 만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마무리
(워싱턴·세종=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이 율 기자 = 우리나라가 우려했던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하지만, 미국은 예년과 달리 우리나라 외환당국에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라고 노골적으로 촉구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원화가 절상되는 와중에 한국 외환 당국의 개입이 확대됐다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연달아 만나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월에 이어 계속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유지했다.
이로써 지난 2016년 2월 미국 교역촉진법 발효 이후 한 번도 안 빠지고 다섯 차례 연속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올랐다. 재무부는 교역촉진법에 따라 매년 4월과 10월 의회에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번 보고서에서 종합무역법상 환율조작국 또는 교역촉진법상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었다.
앞서 우리 정부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작다고 보면서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환율 주권 방어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교역촉진법상 관찰대상국으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기존 5개국에 인도가 추가됐다.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해왔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5년 교역촉진법을 제정해 환율조작국 기준을 구체화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는 ▲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 달러 초과) ▲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기준으로 결정된다.
세 가지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대상국, 즉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고, 2개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대미무역 흑자(2017년 230억 달러)와 경상흑자(GDP 대비 5.1%) 부분이 지적됐다.
보고서는 한국 외환 당국이 지난해 외환시장에서 국내총생산(GDP)의 0.6% 만큼 달러를 순매수해 원화 절상을 제한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90억 달러 규모(9조6천210억원)다.
한국 외환 당국은 특히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강하게 개입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기간 개입규모는 100억 달러(10조6천900억원)로 추산했다.
새롭게 관찰대상국에 오른 인도도 대미무역 흑자와 함께 외환시장 순매수 개입규모가 과다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미국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시장에서 조처들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며 "한국은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신속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재무부는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 원화가 절상되는 와중에 한국 외환 당국의 개입이 확대됐다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은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충분한 정책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더욱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 경기 회복과 대외 불균형 축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의 개입내역을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달 18일 발표한 바 있다. 수출 등에 유리하게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일각의 의심을 불식하고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와 관련,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IMF·WB 춘계회의에서 라가르드 IMF 총재와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잇따라 만나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협의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발표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 부총리는 이와 관련,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는 미국과 쌍무적으로 협의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며 "IMF와 G20의 권고에 따라 그동안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공개주기,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며, 어떤 경우에도 특정 국가와 쌍무적으로 할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의 비시장적인 행태를 비판하며 미국에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추가로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경제 발전이 점점 더 비시장 방향으로 가며 주요 교역 상대방과 장기적 세계 성장 전망에 대한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미 정부는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적인 교역이 이뤄지도록 맹렬히 일하고 있다"며 부당한 외환 관행에 계속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므누신 장관은 또 다른 국가들에 대규모 무역 불균형 완화를 위한 개혁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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