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3번째 환율보고서…이번에도 칼날 피해간 중국
트럼프-시진핑 유화메시지 '통상 협상모드' 고려한 듯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중국이 미국의 '환율전쟁 칼날'을 또다시 피해갔다.
대선 캠페인 당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세 번째 환율보고서가 나왔지만, 중국은 이번에도 환율조작국 리스트에선 빠졌다.
13일(현지시간) 오후 공개된 미국 재무부의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은 대신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 지위를 유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논리를 들이대서라도 중국을 심층분석대상국(Enhanced Analysis), 즉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은 이번에도 빗나갔다.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정면충돌 우려도 한층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환율전쟁 무리수' 부담 고려한 듯
기본적으로 중국은 미 재무부가 제시하는 환율조작국 기준엔 명확하게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교역촉진법상 환율조작국 기준은 3가지다. ▲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를 초과하고 ▲ 경상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웃돌면서 ▲ 달러 순매수가 GDP 대비 2%를 넘어야 한다.
중국은 첫 번째 요인을 가뿐하게 충족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 기준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 속에 사실상 사문화된 종합무역법을 들이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엿장수 마음대로' 환율조작 혐의가 있다는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무역확장법의 국가안보 논리를 내세워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부과를 결정하고, 수입산 세탁기·태양광전지에 대해 37년 만에 세이프가드 조항을 발동한 게 대표적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미·중 관계를 고려해 정치·외교적 무리수를 선택하지는 않았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만약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중국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에 금융 지원이 중단되고 중국 기업은 미국 조달시장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중국에 대한 감시 강화를 요청할 수 있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중국 역시 강력히 반발하면서 '미·중 환율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환율 뇌관' 일단 제거…G2 통상협상 속도 낼 듯
이날 보고서의 기조는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이 협상 모드로 돌아선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통상이슈에 대해 유화적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극한으로 치닫던 무역전쟁 위기감은 일순 사라졌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신호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시진핑 주석과 나는 항상 친구로 남을 것"이라며 "세금은 상호호혜적일 것이며 지식재산권에 대한 협상은 성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시진핑 주석은 10일 보아오(博鰲) 포럼 개막연설에서 자동차 수입 관세 인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금융시장 개방 확대를 약속했고,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자동차 장벽에 관한 시진핑 주석의 사려 깊은 발언과 지식재산권 및 기술 이전에 대한 그의 깨달음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물론 미·중 통상협상을 낙관하기에는 고비가 남아있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추가 관세부과를 예고한 1천억 달러(약 106조 원)의 수입품 목록을 발표하고, 중국의 기술투자도 제한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환율전쟁까지 더해지면서 G2 통상협상이 극한으로 치닫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번지진 않은 셈이다. 최소한 재무부의 다음 환율보고서가 발표되는 오는 10월까지는 '환율 휴전모드'가 지속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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