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 칼날 피한 한국…'외환시장 개입 공개' 숙제 남아

입력 2018-04-14 08:54   수정 2018-04-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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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국 칼날 피한 한국…'외환시장 개입 공개' 숙제 남아

3가지 조건 중 2가지 해당…5회 연속 관찰대상국으로 분류
'오해 불식하겠다' 개입내역 공개 검토…김동연, IMF 총재와 협의 예정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미국 정부가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이 아닌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함에 따라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정책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 보고서부터 5차례 연속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환율조작국 지정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것도 과제로 남았다.



◇ 한국, 환율조작국 3요건 중 2개 해당…5차례 연속 관찰대상국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은 환율조작국을 판정하는 3가지 조건 중에 2가지에 해당해 환율조작국보다 수위가 낮은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미국은 ▲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 달러 초과 여부) ▲ 경상수지 흑자(GDP 3% 초과 여부) ▲ 환율시장 한 방향 개입(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여부) 등 세 가지 기준으로 교역대상국을 분석한다.
이 가운데 3가지를 모두 충족하면 심층 분석 대상국, 즉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3개 중 2개 항목에서 기준을 넘으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다.
또 2017년 4월 보고서부터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얻은 흑자 규모와 비중이 과다하게 큰 국가(중국)의 경우 1개 요건만 충족해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230억 달러이고 GDP 대비 경상흑자 규모 5.1%여서 3가지 요건 중 2가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시장개입 규모는 GDP 대비 0.6%여서 기준을 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 작년 10월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환율조작국이 아닌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앞서 일각에서는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이번 환율보고서 발표로 이런 우려는 일단 해소됐다.
하지만 한국은 2016년 4월 관찰대상국이라는 분류가 처음 생긴 때부터 이번 보고서까지 5차례 연속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부담이다.
또 연간 2차례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당국이 우려하는 상황이 앞으로도 한동안 반복될 수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로부터 강한 경제적 압박을 받는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금융지원을 금지하고 환율조작국 기업이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게 차단한다.
또 국제통화기금(IMF)를 통해 환율조작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며 무역협정을 맺을 때 환율조작국의 통화가치 저평가, 경상수지 흑자 시정 노력 등을 연계한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이 만약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 외환시장 개입 공개 어떻게…투명성·환율주권 조화 묘수는

미국 재무부는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하면서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적절한 시기에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국제통화기금(IMF)도 지속해서 권고한 사항이며 한국의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공개할 때가 됐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국가는 현재 한국뿐이다.
한국 정부 역시 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환율 변동은 시장에 맡기되 급격한 쏠림 현상이 있을 때만 미세 조정하는 이른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개입 내역을 공개하더라도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외환보유액 자료 등을 토대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며 미국 정부 역시 자체적으로 한국 정부의 개입 내역을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입 내역을 공개하면 괜한 의심을 사는 상황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반면 개입 내역 공개가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개입 공개를 의식한 정부가 시장개입에 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이로 인해 조절 능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우려한 당국이 개입을 자제해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 되풀이되기도 했는데 개입 내역 자체를 공개하면 정부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 내역을 공개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한국 정부가 IMF와의 협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는 가운데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다.
최근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성과를 소개하는 보도자료에 '환율 합의'(Currency Agreement)'를 거론해 미국이 한국의 환율 주권을 훼손하려 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 정부는 "한미FTA 협상과 환율 협의는 전혀 별개"라며 "한미FTA 결과 발표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결국, 개입 내역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되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을 줄이고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및 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를 계기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만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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