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안심센터 지역사회 뿌리내린다…남양주센터 방문기

입력 2018-04-15 12:00  

치매안심센터 지역사회 뿌리내린다…남양주센터 방문기
환자·고위험군·가족 위한 원스톱 관리
복지부 256곳 통합관리스템 본격 가동…"이사해도 연속 지원"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할머니, 세 가지 물건의 이름을 말씀드릴게요. 잘 기억했다가 몇 분 후에 물어보면 세 가지 이름을 말해주세요. 나무, 자동차, 모자. 제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듣고 따라 해보세요. 한 번만 말씀드릴게요. 간장공장공장장…"
지난 12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치매안심센터 1층 선별검사실에서는 79세 여자 어르신이 치매 진단을 위한 1단계 검사를 받고 있었다.
1단계 검사는 간단한 문답식 인지기능 검사로 치매 위험성을 일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어르신은 '고위험군'으로 판정을 받았다.
'정상' 판정을 받지 못하는 어르신은 지역 협력병원 신경과 전문의와의 면담 약속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 어르신은 최근 기억력이 흐려진 것이 치매 때문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의사가 치매로 진단하면 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3단계 검사가 실시된다. 센터는 협력병원에서 실시한 혈액검사,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원인이 신경 퇴행(알츠하이머 치매)인지, 혈액 순환 장애(혈관성 치매)인지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 방향을 안내한다.



치매안심센터는 정부의 대표적인 노인복지 정책인 치매국가책임제를 이끄는 핵심기관이다. 치매 진단에서부터 상담, 환자 등록, 맞춤형 서비스 제공까지 치매 원스톱 관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올해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다.
인구 67만명의 남양주시는 치매노인 지문등록, 인지프로그램, 쉼터, 가족카페, 운동실 등 핵심 기능과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 18명의 인력을 갖추고 지난달 15일 센터를 개소했다.
'쉼터교실'은 선별검사에서 경증치매환자로 분류된 노인을 위한 공간이다. 치매예방운동, 회상치료, 중창연습, 색종이접기, 현실인식연습 등을 통해 인지능력을 유지하고 강화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어르신 7명이 치료사가 접어놓은 색종이를 보고 따라 해보는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일주일에 5번, 한 번에 3시간 정도 이 공간에서 보낸다고 했다.
나모(75) 할머니는 일주일에 3번이나 집을 찾지 못하고 길을 헤매는 증상을 보여 치매약을 복용하던 중 아들의 권유로 쉼터교실을 다니고 있다.
나 할머니는 "여기 다닌 후 대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깜빡하는 증상이 없어졌다"면서 "집에서는 TV만 보는데 선생님들과 만들고 운동하고 대화하고 만드는 것이 즐거워 이곳에 오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지강화교실'은 치매 고위험군과 만75세 진입자, 만75세 이상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뇌 운동이 핵심이다.
치료사가 "그림 위치를 잘 기억해보세요"라고 주문하자 둘러앉은 노인 10명이 각자 앞에 놓인 태블릿 PC에서 축구공, 딸기, 전구, 볼펜, 국자의 위치를 집중해서 지켜봤다.
화면에서 그림이 사라지고 "축구공이 있던 자리를 찍어보라"고 하자 몇몇은 망설임 없이 정확한 위치를 골라내지만 몇몇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민을 거듭했다.
김연숙(85) 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어 암보다 치매가 더 무섭고 치매에 걸린다고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며 "치매에 걸리지 말라고 기억력을 살려주시려고 하는데 벌써 여든다섯이나 먹어 늦은 감이 있지만 열심히 다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아파트 경로당을 방문한 센터 직원의 권유로 선별검사를 받은 결과 '고위험군'으로 진단받고 일주일에 한 번 이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운동실'은 치료사 1명이 노인 10명을 동시에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참가자는 모니터를 보면서 신체운동과 인지훈련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구에 올라타 80초간 운동하고 다음 운동기구로 옮겨간다. 이렇게 10개 기구를 차례로 돌면 1시간여의 운동이 끝난다.
기구에 올라탈 때는 본인의 무선인식표(RFID)를 태그한다. 입력된 신체 크기에 맞게 의자의 높낮이와 운동 각도가 자동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별도의 도우미가 필요 없다.
센터는 '가족카페'를 마련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치매 치료 방향과 관리 요령을 설명하고, '보행분석실'을 갖춰 보행 속도와 보폭 분석을 통한 치매 가능성도 사전에 예측한다.



정태식 남양주시 치매안심센터장은 "지역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치료를 받은 사람은 5천280명으로 전체의 6.9%가량인데 치매임에도 진단을 못 받은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골 지역으로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고,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치매안심마을'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개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매안심센터는 현재 전국 256개소가 개설되어 있다. 정부는 건물 리모델링과 인력 보충이 끝나는 연말에는 전 센터가 남양주와 같이 종합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치료·관리 중단으로 인한 증상악화를 방지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히 연계하기 위해 센터 이용자들의 정보를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Ansys)'에 등록 중이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이제부터는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치매 환자와 고위험군을 전국 단위로 관리하게 된다"며 "이사를 하더라도 현지 센터에서 대상자 정보를 확인해 연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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