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에 발목 잡힌 靑, 정국 악영향 우려 속 해법 골몰

입력 2018-04-14 11:21  

김기식에 발목 잡힌 靑, 정국 악영향 우려 속 해법 골몰
추경·개헌 난항…남북·북미 정상회담 목전 정국 주도력 분산 우려
靑관계자 "文대통령 인사권자로서 새 기준 넓게 고민"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야권의 사퇴 압박과 여론 악화에 직면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검찰 수사 및 중앙선관위의 검토 결과에 따라 김 원장의 사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 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탓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서 김 원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야권은 청와대의 '김기식 지키기'가 도를 넘었다며 일제히 공세를 취하고 있다.
청와대의 질의를 받은 선관위가 전체회의를 거쳐 다음 주에 그 결과를 회신하겠다고 한 만큼 김 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다음 주에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
청와대의 고민은 '김기식 변수'에 정국이 꽉 막혀서 문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중요 정책들이 도무지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재난에 가까운 고용 위기를 타개하겠다며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은 김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이 일정을 협조해주지 않아 상임위에서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외 및 선상투표 등 도입에 따른 안정적인 국민투표 관리를 위한 준비 기간을 고려할 때 선관위가 제안한 국민투표법 개정시한인 4월 13일까지도 여야는 법안 개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야권에서는 김 원장이 금감원장에 내정된 직후 인사검증을 하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로 재검증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소지를 미리 정리하지 못한 민정라인으로까지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심지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역사적 전기가 될 수 있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기식 변수'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까지 읽힌다.
일단 청와대는 진정성 있게 최대한 야권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홍 대표에게 먼저 단독 회동을 요청한 것도 야권과의 소통 없이는 현 정국을 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의 거취 논란으로 불거진 당장의 현안에 대처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가 유발할 수 있는 장기적인 인사 문제와 관련한 해법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3일 서면 메시지를 통해 밝힌 입장에서 "인사 때마다 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을 임명하는 무난한 선택과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에 외부 인사를 발탁하는 과감한 선택 사이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은 이번 상황을 해결하는 것과 별개로 (김 원장의 거취 논란을) 더 큰 문제의 시작으로 인식한 것 같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의 외유성 출장과 임기 막판 후원금 '소진'은 과거에는 암묵적으로 용인돼온 관행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이유로 김 원장이 물러난다면 앞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를 등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고민으로 보인다.
김 원장의 거취 논란 속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 의혹이 '폭로성'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가 차후에 새로운 인사기준을 제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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