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내 결정→미사일 가니 준비해→공격시점 말한적 없다→정밀타격 명령"
공격주체 및 화학물질 규명·합동작전 조율·러시아 피해방지 등에 시간 걸린듯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인 13일 밤(현지시간) 마침내 시리아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리자 토마호크와 스톰 섀도 미사일이 시리아 수도와 서부 지역에 쏟아졌다.
지난 9일 이르면 당일 내로 '중대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힌 이후 나흘 만에 내린 결정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회의에서 "24~48시간 이내에 어떤 중대결정을 할 것"이라며 "결정을 매우 빨리 내릴 것이다. 아마도 오늘 자정까지"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시점은 물론 공격 여부 자체를 놓고도 다소 오락가락하며 뜸을 들였고, 결국 '48시간 이내'라는 장담은 허언이 됐다.
그는 11일 트위터를 통해 "멋지고 새로운, 스마트한 미사일이 갈 것이니 러시아는 준비하라"며 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지만, 아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런 행보를 놓고 다양한 비판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12일 트윗에선 "시리아에 대한 공격이 언제 일어날 것이라고 결코 말한 적 없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고, 백악관과 관련 부처 역시 "결정된 게 없다"며 보조를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일어날 수도 있거나, 전혀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아리송한 말로 연막을 피우기도 했다.
그러자 이번엔 트럼프 행정부의 진짜 속내는 시리아를 공격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설까지 고개를 들기 시작했지만, 결국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시리아에 대한 폭격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48시간 이내로 결단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속도 조절을 한 것은 아무래도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특히 시리아와 러시아가 "화학무기 공격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격 주체와 구체적 화학물질을 규명할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는 데까지 실제로 시간이 오래 걸린 게 사실이다.
미 정보당국은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한 지 닷새 만인 12일에야 피해자들에게서 염소가스와 미상의 신경작용제 성분으로 판단되는 물질을 검출했다는 조사 결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염소가스는 화학무기금지협정(CWC)에서 금지한 물질이 아닌 만큼 염소가스 공격만으로 시리아를 응징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과거에도 시리아의 염소가스 공격에는 반응한 적이 없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공격이라는 확신을 얻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4월 시리아 공군 비행장에 대한 미사일 폭격 당시에도 미국은 시리아 정부가 CWC에서 금지한 신경작용제인 사린 가스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었다.
유럽의 동맹국인 프랑스, 영국과 합동 공격을 위해 보조를 맞출 시간도 어느 정도 필요했다.
시리아 정부군 지원을 위해 주둔하는 러시아군과의 확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오폭 방지와 정밀 타격을 위한 준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이날 시리아 공격 직후 브리핑에서 공습 과정에서 러시아 측 사상자를 최소화하는데도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다만 이처럼 공격을 일찌감치 예고하고도 시간을 끌면서 시리아군이 대비할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도 있다.
시리아군은 공습과 폭격에 대비해 주요 장비 등을 '안전지대'인 러시아군 영내로 상당수 옮겨놓았다고 외신들이 현지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한편 이날 시리아 공격으로 시리아에서 발을 빼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날 시리아 공격을 명령하는 연설에서는 시리아가 화학 작용제 사용을 멈출 때까지 공격을 "계속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도 "무기한 주둔"은 아니라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이슬람국가'(IS)를 완전히 격퇴할 때 철군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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