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대담"…예상밖 깜짝 제안·진전된 언급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잇단 파격 외교행보를 이어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또 한번의 파격을 선보일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지고 사후 북중 양측의 제한적인 언론 보도만 있었던 반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언급이나 움직임 하나하나가 실시간으로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군사분계선을 넘어 김 위원장이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참석차 내려오는 장면부터 눈길을 모으게 된다. 비록 판문점 지역이기는 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게 되기 때문이다.
분단 이후 처음이기도 하지만 판문점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성격 때문에도 더욱 눈길이 간다.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다. 휴전협정이 체결돼 1953년부터 현재까지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이어가는 출발이 만들어진 장소일 뿐 아니라 1976년 8월 18일 '도끼 만행 사건'으로 아찔한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작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 미사일을 단 한 차례 시험 발사하고는 서둘러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올해 들어 예상을 깨는 여러 행보를 보였다.
올들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민족적 경사'로 표현하며 선수단 파견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개회식에는 유일한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축하사절단으로 보내 정세전환을 꾀했다.
지난달 5∼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을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에서 만났다. 남쪽 인사가 노동당 청사에 발을 들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면담과정에서는 4월 한미연합군사연습 개최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 수령의 유훈'이라며 실행 의지를 밝히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 의지를 언급해 5월 말∼6월 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을 처음 접한 특사단은 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더라'고 말했다"며 김 위원장의 외교스타일을 전한 바 있다.
또 지난달 1일에는 부인 리설주를 대동해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아이돌 그룹인 레드벨벳 등 남쪽 가수들과 인사하고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일정을 조정해서 오늘 왔다"고 말하며 남쪽과 국제사회의 여론동향에도 관심이 많음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의 파격은 단순히 대외관계뿐 아니라 대내정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장의 완전허용이다. 김 위원장이 집권 2년을 맞아 2014년 내놓은 5·30조치는 시장 허용을 비롯해 시장경제의 확산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공장과 기업, 상점 등에 자율경영권을 부여했다.
당국이 아닌 개인의 힘으로 움직여지는 시장은 국제사회의 공고한 제재에도 북한 사회를 지탱하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작년 1월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반성하는 발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며 "올해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된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수령의 무오류성에 근거해 유일지배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런 파격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문제나 남북관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우리의 예상범위를 벗어나는 '깜짝' 제안이나 진전된 언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파격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한반도는 분단과 대결을 넘어 그동안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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