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공무원의 윤리규정을 대폭 강화한 새로운 '공무원의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공무원행동강령)이 오는 17일부터 시행된다. 개정된 공무원행동강령은 공직자가 직무권한이나 영향력을 행사해 민간에 알선 청탁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출연·협찬 요구 ▲채용·승진·전보 등에 대한 청탁 ▲업무상 비밀누설 요구 ▲계약 당사자 선정 개입 ▲재화·용역을 정상적 거래 관행을 벗어나 특정 개인·단체·법인에 매각하거나 사용토록 하는 행위 ▲입학·성적·평가에 대한 개입 ▲수상·포상 개입 ▲감사·조사에 대한 개입 등 8가지를 금지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공관병 갑질' 사건과 같이 공무원이 영향력을 행사해 부하 직원이나 직무 관련 업체에 개인적인 업무를 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공무원 자신과 배우자 등이 직무 관련자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부동산을 거래하는 경우 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고위 공직자가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 또는 산하기관이 자신의 가족을 채용하게 하거나 물품·용역·공사 등을 위한 수의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공무원행동강령은 부패방지법 제8조에 근거해 2003년 2월 대통령령으로 제정됐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공무원 윤리규범이며, 각급 기관의 공무원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17일부터 시행되는 새 공무원행동강령은 '공관병 갑질' 논란과 '공공기관 채용비리' 등 공직자 관련 비리 여파로 공무원 윤리규정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만들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의가 주도해 새 강령을 입안했으며, 지난 1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새 공무원행동강령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내용은 퇴직공무원 접촉을 사실상 금지한 규정이다.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소속기관 퇴직자와 골프나 여행, 사행성 오락 등 사적 접촉을 하기 위해선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퇴직공무원과의 접촉이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규제책으로 받아들여진다. '2년이 지나지 않은 소속기관 퇴직자와 사적인 접촉을 사실상 금지토록' 한 규정을 놓고 공무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퇴직한 뒤 기업체나 법무법인 등에 취직한 선배들이 업무와 관련된 부탁을 하기 위해 만나자고 할 때 이를 거절하기가 난감했는데 새 공무원행동강령 시행으로 관련 부탁을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다며 반기는 공무원들이 많다고 한다. 반면 개인적인 친분 등으로 사적 만남을 갖는 것까지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한 것은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반론도 있다.
이러한 일부 규정에 대한 찬반양론에도 새 공무원행동강령은 환영할 만하다. 그동안 '전관 예우'나 퇴직한 선배 공무원들의 부정청탁으로 인한 비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새 공무원행동강령이 제대로 시행되면 관련 비리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직자가 민간에 알선 청탁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한 규정도 시의적절하다. 또한 공무원이 부하 직원에게 개인적인 업무를 시키지 못하도록 한 것도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규정이다. 하지만 공직비리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 스스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로서 청렴하게 살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다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법이 없어서 공직 관련 비리가 잇따라 발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공무원행동강령이 아니더라도 국가공무원법,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등 공직 윤리를 규정한 법은 많이 있다. 이번 공무원행동강령이 공직윤리를 강화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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