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하루에도 몇 건씩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한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밤중 현금수송차량이 탈취당하면서 새로운 은행강도 조직이 경찰에 포착된다.
경찰관 닉(제라드 버틀러 분)은 여느 범죄조직보다 강력한 이들이 전직 군인들로 구성됐으며 몇 건의 미제사건에도 연루됐음을 파악한다. 조직원 도니(오셔 잭슨 주니어)를 붙잡아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한 이유를 캐묻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첩자로 활용하기 위해 풀어준다.
강도단은 지금까지 한 번도 털린 적 없다는 연방준비은행 LA지점을 최종목표로 삼는다. 메리멘(파블로 쉬레이버)이 이끄는 강도단은 철통경비로 로비를 통과하기조차 어려운 이곳에서 파쇄 직전의 구권을 훔쳐 나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메리멘은 도니를 통해 연방준비은행이 아닌 동네의 작은 은행 지점을 털 계획이라고 닉에게 흘린다. 강도단은 은행 지점에서 민간인들을 인질로 붙잡고 경찰을 기다린다. 출동한 LA경찰과 FBI(연방수사국)가 갈등을 빚는 사이, 현금과 헬기를 요구해놓고 눈에 띄지 않게 진짜 목표인 연방준비은행을 향해 움직인다.
'크리미널 스쿼드'는 은행강도단과 그들의 뒤를 쫓는 경찰의 맞대결을 그린 범죄영화다. 흔한 소재인데다, 냉철한 범죄자와 그를 잡기 위해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찰관이라는 캐릭터 설정 역시 새롭지 않다. 영화는 색다른 방식으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닉과 메리멘의 대립구도가 영화의 긴장감을 이끈다. 두뇌싸움에선 메리멘이 앞서고 닉이 뒤쫓는다. 메리멘은 도니가 닉과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를 제거하는 대신 범죄계획에 연막작전을 추가하는 식으로 역이용한다.
닉은 도니의 구상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는다. 거사를 앞두고 식당과 사격장 등지에서 둘이 마주치는 장면은 두뇌싸움과는 또다른 느낌의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강도단이 연방준비은행 잠입에 성공한 다음부터는 범죄계획을 한 단계씩 실행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은행강도 영화의 공식을 따른다. 그러나 이때도 짜릿하거나 경쾌하기보다는 조마조마하고 초조한 느낌을 앞세운다.
무장강도단이 기관총을 난사하며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하는 도입부에서 관객은 화끈한 액션물을 예상하게 된다. 그러나 연출은 상당히 절제된 편이다. 촬영에 수만 발의 총알을 쏟아부었다는 총격전이 수시로 벌어지지만, 의외로 화려하거나 잔인하지 않다. 오히려 총성이 끝난 뒤의 공허함이 여운을 남길 정도다.
선악을 명쾌하게 가르지 않고 정적인 긴장감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흔한 액션물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간다. 그러나 닉과 메리멘의 대립구도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야기를 반전으로 뒤집는 결말은 영락없는 할리우드 영화다. 쉴 새 없이 화끈하게 내달리는 액션이나, 반대로 고도의 심리전을 기대했다면 어중간하게 보일 수 있다.
'디아블로'(2003)와 '런던 해즈 폴른'(2016) 등의 각본을 쓴 크리스찬 거드게스트가 메가폰을 잡았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2015)과 '언프리티 소셜 스타'(2017)에서 인상적 연기를 선보인 래퍼 아이스 큐브의 아들 오셔 잭슨 주니어가 주연급으로 발돋움했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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