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시리아내 러시아·이란 목표물 공격 압박받았으나 만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구성한 안보팀이 어떻게 작동할지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첫 시험대다. 이번 공습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국무부 장관에 지명돼 상원 인준청문회가 진행 중이고, '슈퍼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대사가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취임한 지 1주일도 안 된 상황에서 결정됐다.
강성 이미지에 따른 우려가 컸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새 안보팀이 며칠간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시설에 국한된 가장 절제된 군사 공격으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시리아 공습과 관련해 3가지 방안을 마련해 백악관에 제시했다고 한다.
시리아 화학무기 생산 시설만 공격하는 안, 화학무기 연구 의혹시설과 군사령부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하는 안, 시리아 내 러시아 방공망을 파괴해 바샤르 알 아사드 체제의 군사력을 붕괴시키는 안 등이 마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숙고 끝에 1안과 2안을 혼합해 100여 발의 미사일로 3개 시설을 파괴하는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 방공망까지 파괴하는 제3안으로 결정됐다면 실제 공격의 3배 규모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는 매티스 장관이 새 안보팀 내에서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번 공습 결정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시리아 내 러시아와 이란 목표물까지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안보팀을 압박했으나 매티스 장관이 이를 만류했다고 전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도 시리아에 대한 더 강력한 응징을 촉구했지만 매티스 장관은 공격을 확대할 경우 러시아나 이란의 위험한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하자마자 어려운 결정에 당면한 볼턴 보좌관은 군사행동을 선호한다는 이미지를 의식해 아사드 체제에 확실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공격을 주장하기는 했으나 제3안을 고집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는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존경을 받는 점을 알고 있고,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국방장관의 주장을 따르는 게 현명한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또 제3안을 채택하면 미국이 시리아 갈등에 더 깊숙이 빠져들고,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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