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60년대 함께 전성기…"길이 기념해야 할 배우, 집념의 여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고등학교 2학년 때 최은희 선생님 나오는 영화를 구경 갔었어요. 한강 모래를 다 뒤집어쓰고 연기하는 걸 보고 '영화배우가 대단한 거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화배우가 될 생각을 한 거죠."
배우 엄앵란(82)은 16일 저녁 최은희의 별세 소식을 듣고 나서 연기의 길에 들어서기로 한 때를 떠올렸다. 엄앵란은 최은희·김지미와 함께 1950∼60년대 한국영화계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엄앵란은 "최은희 선생님이 아주 거룩하게 보였다. 저렇게만 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었다"며 "그 여인은 호강하다가 돌아가셔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엄앵란은 남편인 신상옥 감독과 함께 영화제작사 신필름을 운영하고 안양영화예술학교 교장으로 후진을 양성한 최은희를 "길이 기념해야 할 배우", "집념의 여인"이라고 했다.
"자기 살림 다 팽개치고 사생활도 없이 오로지 영화에만 몰두한 사람이에요. 그렇게 열심히 영화를 살리려 했어요. 남들은 전부 겁나서 제작비가 너무 크다고 안하려는 거 용감무쌍하게 하시더니…고생하고 그래서 너무 아까워요."
엄앵란은 가장 인상 깊었던 최은희의 작품으로 영화 '동심초'(1959)를 꼽았다. 신상옥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 엄앵란과 최은희가 나란히 출연했다.
엄앵란은 "최은희 선생님은 편찮으시고 나는 몇 년 전 다리를 다쳐서 오랫동안 못 만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엄앵란의 남편인 신성일 역시 연기생활의 출발을 함께 했다. 신성일의 예명은 그가 영화제작사 신필름의 오디션을 보러 간 자리에서 최은희와 고 신상옥 감독이 지어줬다.
신성일은 지난해 11월 고 신상옥 감독을 기리는 제1회 신필름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사랑하는 최여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때 예명을 지어주셔서 평생 신성일이라는 이름으로 서 있습니다"라고 데뷔 당시를 떠올렸다.
"신성일에게 최은희 선생님은 은인이죠. 신상옥의 '신'에 일등 배우가 되라고 해서 '성일'이라고 지어준 거예요. '한번 거하게 모셔야 되는데' 그렇게 자주 얘기했어요."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