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터키 갈등 속 '인질 신세' 미국인 목사 첫 공판…중형 위기

입력 2018-04-1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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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키 갈등 속 '인질 신세' 미국인 목사 첫 공판…중형 위기
터키검찰, 귈렌·쿠르드 협력 혐의로 브런슨 목사에 35년형 구형
브런슨, 혐의 일체 부인…"기독교인이 이슬람운동 가담하겠나" 반박
워싱턴서 상원의원·종교자유대사 공판 방청…석방 요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에서 쿠데타 배후세력 연루 혐의로 2016년 구금된 미국인 목사의 첫 공판이 양국이 주시하는 가운데 열렸다.
터키 이즈미르주(州) 알리아아에 있는 법원에서 16일(현지시간)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50) 목사의 재판이 시작됐다.
브런슨 목사는 터키정부가 2016년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추종 조직과 협력한 혐의를 받는다.
터키 검찰은 또 브런슨 목사가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했다고 추궁했다.
귈렌 조직이나 PKK 관련 혐의로 터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피고는 중형에 처한다.
터키 검찰은 브런슨 목사에 35년형을 구형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브런슨 목사는 유창한 터키어로 공소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브런슨 목사는 1993년 터키에 입국했으며 2010년에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나는 터키에 반대하는 어떤 일도 한 적이 없다"면서 "그 반대로 나는 터키를 사랑하며, 터키를 위해 25년 동안이나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런슨 목사는 특히 이슬람 성직자인 귈렌 연계 혐의와 관련, "이것은 내 신앙에 모욕이기도 하다"면서 "나는 기독교인으로 이슬람운동에 가담할 의사가 없다"고 변론했다.
재판 내내 의연한 모습을 보인 브런슨 목사도 법정을 찾은 아내 노린과 인사하는 순간,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브런슨 목사 투옥 후 미국정부는 터키에 여러 차례 그의 석방을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브런슨 목사는 미국과 터키의 외교갈등이 심화하면서 사실상 터키의 '협상 칩'이나 '인질' 신세가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본인도 브런슨 목사를 귈렌 송환 협상의 무기로 삼겠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터키는 쿠데타 진압 직후부터 미국에 귈렌 송환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법원의 결정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 9월 "미국은 우리에게 '목사를 넘겨 달라'고 한다. 미국에는 다른 목사가 있다. 미국이 그 목사를 넘겨주면 미국 목사를 넘겨 줄 수 있도록 법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있는 목사란 이슬람 이맘(성직자)인 귈렌을 가리키는 말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귈렌을 송환하면 브런슨을 풀어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한 것이다.
이 사건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면서 브런슨 목사는 사법 절차 지연으로 자기간 고초를 겪고 있다. 2016년 10월 당국에 끌려간 브런슨 목사는 무려 1년 6개월이나 구속 상태로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미국은 지난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미 때 시위대를 폭행한 터키 경호원에 대한 혐의를 취하하는 등 성의를 보였으나 터키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날 공판에는 국내외 언론뿐만 아니라 워싱턴에서 샘 브라운백 종교자유 담당 대사(무임소)와 톰 틸리스 상원의원이 참석, 양국의 관심을 드러냈다.
브라운백 대사는 취재진에 트럼프 대통령 이하 전 행정부가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런슨 목사가 투옥된 상태로는 양국 관계 개선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사건이 잘 풀려 브런슨 목사가 석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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