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칠레 남부 지역에서 원주민 권리 운동가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연쇄 방화가 일어났다고 칠레비시온 방송 등 현지언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새벽 남부 아라우카니아 주에 있는 한 자갈 공장에 복면을 쓴 괴한 8∼10명이 난입했다.
괴한들은 관리인을 향해 총을 쏘면서 위협하고 공장 안에 주차돼 있던 12대의 트럭과 4대의 굴착기에 연달아 불을 붙였다.
방화 현장에서는 조상 땅 되찾기 운동을 이끄는 마푸체 원주민 부족의 지도자 셀레스티노 코르도바를 지지하는 전단이 발견됐다.
코르도바는 2013년 조상 땅에서의 퇴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주 부부가 사는 집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전단에는 마푸체 부족의 조상 땅 권리 복원 운동을 주도하는 급진단체 CAM의 서명이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고베르 루이스 마욜 아라우카니아 주지사는 "원주민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번 방화는 일반적인 범죄가 아닌 테러 공격"이라면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칠레 전체 인구의 약 6%인 60만 명에 이르는 최대 원주민 세력인 마푸체 부족은 300여 년간 과거 잉카제국과 스페인 정복자들의 침략을 막아내며 독립적으로 터전을 일궈왔다.
그러나 19세기 말 대규모 군대를 앞세운 칠레와의 전쟁에 패해 거주하던 땅에서 쫓겨나 비오 비오 강 남쪽에 있는 아라우카니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칠레 정부는 이후 아라우카니아 지역에 유럽 이민자들을 대거 이주시켰다.
마푸체 부족은 목재 생산 업체와 유럽 이주민들의 후손들이 소유한 농장에서 일하며 빈곤 속에 살고 있다.
마푸체 부족은 1990년대부터 조상 땅의 반환을 지속해서 요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백인 지주들을 상대로 방화와 습격 등 폭력 시위를 벌였다.
진압에 나선 경찰은 어린이와 여성에게조차 고무총탄을 발사하고 가택에 무단 침입하는 등 공권력 남용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마푸체 청년을 뒤에서 사격해 원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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