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단 앞둔 성추행조사단, 77일간 안태근 등 6명 사법처리

입력 2018-04-17 12:05  

해단 앞둔 성추행조사단, 77일간 안태근 등 6명 사법처리
수사 초기 과감한 수사로 성과…사상 초유의 법무부 검찰국 압수수색도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에 고비…수사심의위 승부수로 '반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검찰 조직 내 성범죄 실태를 규명하고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출범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17일 사실상 활동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1월 31일 출범한 이후 공식 활동 77일째를 맞은 조사단은 검찰 내 성범죄만을 규명 대상으로 삼지만, 국민적 관심을 끌며 활동을 이어 왔다.
조사단 출범의 계기가 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는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했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조사단이 맡은 첫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장을 우여곡절 끝에 '인사보복' 혐의로 사법처리하고 조사단은 활동을 마무리하게 된다.
조사단은 총 6명을 재판에 넘기고 해단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여기에는 인사보복 혐의를 받는 안 전 검사장과 성추행 혐의를 받는 김모 부장검사, 검사 출신 대기업 전직 임원 A씨, 전직 부장검사인 B 변호사, 현직 검찰 수사관 2명이 포함된다. 이들 중 김 부장검사는 이미 구속기소가 돼 지난 11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의욕적 출범…과감한 수사
서 검사가 올해 1월 29일 피해 사실을 폭로한 지 이틀 만에 출범한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수사에 곧바로 착수했다. 2월 4일 서 검사를 불러 피해 사실을 들은 조사단은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참고인 조사를 시작했다.
서 검사를 도와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공론화한 임은정 검사를 2월 6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성추행 발생 당시 서 검사 소속 검찰청 간부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2월 13일에는 검찰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 검사의 인사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검찰이 검찰을 관리·감독하는 법무부 검찰국에 대해 강제수사를 벌인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2월 22일에는 서 검사의 2015년 통영지청 발령에 관여한 검찰국 출신 부산지검 이모 부장검사와 신모 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관련자 진술과 증거자료 확보로 자신감이 붙은 조사단은 2월 26일 안 전 검사장을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 사이 부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김모 부장검사를 체포해 구속기소 하는 등 검찰 내 성범죄 사건 수사에서 성과를 냈다. 2월 12일 사무실에서 긴급체포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 김 부장검사는 15일 구속돼 21일 구속기소 됐다. 체포 후 구속기소까지 9일밖에 걸리지 않은 빠른 행보였다.
조사단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제보시스템을 통해 김 부장검사의 성추행 의혹이 신고되자 지체 없이 체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조사단 수사도 침체
조사단의 기세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3월 5일 안 전 검사장을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한 조사단은 다음날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중간 수사결과를 보고하면서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 총장이 안 전 검사장에 대한 범죄 구성요건 관련 내용을 좀 더 보강하라고 지시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문 총장의 지적은 조사단이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증거로는 안 전 검사장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보강 수사에 돌입했다. 참고인들을 다시 불러 진술을 더 많이 확보하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다시 검토했다.



하지만 핵심 참고인이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환 조사를 거부하면서 수사가 차질을 빚었다.
성추행 사건 발생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 의원은 임은정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하려고 하자 제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사단이 수사하던 다른 사건에서는 구속영장이 연거푸 기각되기도 했다.
후배 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된 검사 출신 대기업 전직 임원 A씨에 대해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성추행 혐의를 받는 현직 검찰 수사관의 구속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 수사자문위원·수사심의위로 승부수…극적 반전
조사단 수사가 활기를 띠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안 전 검사장을 결국 재판에 넘기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안 전 검사장의 신병처리를 놓고 2달 가까이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점을 두고 '인사보복' 혐의를 입증할 유력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이에 조사단은 3월 24일 서 검사를 다시 불러 수사 중간결과를 재점검하고, 3월 26일 안 전 검사장을 세 번째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 의지를 재확인했다.
3월 27일에는 부장판사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2명을 전문수사자문위원으로 위촉해 2014년 서 검사에 대한 사무감사 과정에서 부당한 인사개입이 없었는지 등을 정밀히 조사했다.



4월 9일에는 안 전 검사장의 구속과 기소 여부를 검찰 외부인사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고위직 검찰 인사 출신의 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외부에 판단을 맡겨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결국 수사심의위가 '구속기소'로 의견을 내면서 석 달 가까이 진행된 조사단 활동도 논란을 최소화한 상태서 마무리 짓게 됐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의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나오면, 그 결과와 상관없이 후속수사를 거쳐 이르면 이달 24일께 안 전 검사장을 기소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조사단은 검찰 조직 내 성추행 사건을 추가 적발했다.
부적절한 신체 접촉으로 여성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또 다른 검찰 수사관이 입건됐고, 부장검사 출신 B 변호사가 2015년 서울남부지검 근무 당시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를 확인하고 피의자로 소환 조사했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을 기소하면서 검사 출신 대기업 전직 임원 A씨, 부장검사 출신 B 변호사, 검찰 수사관 2명 등을 함께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이들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면 공소유지 검사를 지정하는 것을 끝으로 조사단 활동이 마무리된다.
다만 검찰 내 성범죄를 상시 점검하고 조사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많아 조사단 조직을 최소화한 형태로 존속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내 비정상적인 성문화가 근절될 때까지 조사단이 계속 활동해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지적이 많다"며 "주요 수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조사단의 자체 제보시스템 등 일부 기능을 그대로 살려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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