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는 환경부 소관, 지자체는 실태조사 권한도 없어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 화학 공장 화재를 계기로 유해화학물질 처리 안전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인천시는 관련 업체 규모 등 실태 파악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환경부의 화학물질 통계조사에는 인천 유해화학물질 취급 업체 수가 1천79개로 기록돼 있지만, 인허가 기준으로 따지면 819개로 260개나 차이가 난다. 인천발전연구원이 인천시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소 1천647개로 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업체 규모처럼 기초적인 통계조차 혼선을 빚는 것은 구미 불산 사고를 계기로 2015년 화학물질관리업무가 지방자치단체에서 환경부로 이관된 후 심화했다.
환경부는 화학물질 취급 업체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지만, 지자체는 실태조사 조사 권한조차 없다.
지자체는 환경부 제공 자료에 의존하기 마련인데, 업체 현황 조사를 수행한 환경부 산하기관에 따라 통계가 다르다 보니 정확한 실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군·구별로 업체 현황 조사를 하기도 하지만 조사 권한이 없다 보니 업체들이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환경부 자료에 의존하다 보니 정확한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와 지자체 간 역할 분담도 명확하지 않아 일선 군·구의 관심이 적어지면서 안전관리 대응 역량도 함께 떨어지는 실정이다.
지난 13일 23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인천 화학 공장 화재 때도 인천시는 사고 지점과 영향을 미치는 범위나 구체적 행동 지침 등을 시민에게 즉각 전파해야 했지만,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만 보냈을 뿐이다.
이마저도 서구·남구·중구·부평구에만 문자를 전송한 탓에, 동구에서는 일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자체 판단에 따라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배포해 귀가 조처하기도 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화재가 발생한 지역인 서구를 비롯해 인천의 각 기초단체는 화학사고 관련 조례도 없을 정도로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며 "인천시는 주민 비상대응체계 마련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화학물질 관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해 5월 중 '5개년 화학물질 안전관리 계획'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에 화학물질 처리업체 실태조사 권한 위임 등 지자체의 권한 확대도 지속해서 건의할 방침이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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