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커피포트 관리못한 책임"…업주 "손님의 단순 실수"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아파트 야외 조리대에서 음식을 팔던 중 커피포트 속 뜨거운 물이 쏟아져 아이가 화상을 입었다.
아이 부모는 뜨거운 물을 잘 관리하지 못한 업주에게 책임이 있다고 고소했지만 업주는 아이의 부주의한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맞섰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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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돌며 순대 곱창을 판매하는 A(41) 씨는 2016년 5월께 경남의 한 아파트를 방문해 순대 곱창을 팔았다.
A 씨는 간이조리대를 설치해 즉석에서 조리한 음식을 판매하고 조리대 가장자리에 커피포트를 설치해 손님에게 뜨거운 물을 제공했다.
그러던 중 커피포트가 넘어져 뜨거운 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엄마를 따라 A 씨 노점에 온 B(4) 군이 손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B 군 엄마는 커피포트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업주 A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A 씨를 기소했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B 군 엄마는 "A 씨가 사용한 커피포트를 삐딱하게 놓아 잠시 후 쓰러졌다"며 "넘어진 커피포트에서 뜨거운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아들 손을 당겨 뒤로 물러나게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B 군 엄마는 "당시 왼손으로 아들 오른손을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주 A 씨는 "B 군 엄마가 주문한 순대 곱창을 받고는 아들을 안 챙기고 먼저 간 사이 B 군이 커피포트 전선을 당겨서 쓰러졌다"며 반박했다.
부산지법 형사17단독 김용중 부장판사는 "B 군이 몸 왼편뿐 아니라 오른손 손바닥에도 화상을 입었던 점을 고려할 때 아들 오른손을 잡고 있던 B 군 엄마 왼손도 화상을 입었을 것이지만 수차례 진술에도 B 군 엄마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B 군 엄마는 아들 손을 잡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이어 "커피포트는 보통 충전 단자가 튀어나와 있어 의도하지 않으면 쉽사리 삐뚤어지게 놓기 어려운 구조"라며 "충전 단자와 맞지 않게 놓아서 바로 쓰러질 수는 있지만, 커피포트를 의도치 않게 삐뚤어지게 놓은 후 저절로 넘어지는 경우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B 군 엄마의 증언·경찰 진술조서·고소장 내용을 믿기 어렵고 사고 당시 커피포트 위치 등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씨에게 커피포트 관리상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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