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들, 시간 준수하려 과속 다반사…동물보호단체 대책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각종 개발사업으로 생활터전을 잃어가는 인도의 코끼리들이 먹이를 찾아 더 먼 곳으로 가다가 열차에 치여 죽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인도 동부 오디샤 주의 한 삼림보호구역에서 16일 오전 3시 30분께(현지시간) 시속 120㎞로 달리던 화물열차에 치여 새끼 1마리 등 코끼리 4마리가 현장에서 죽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지역의 열차 제한속도는 본래 시속 35㎞ 정도며, 기관사는 코끼리를 들이받고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디샤 주의 야생동물 전문가인 비스와지트 모한티는 NYT에 "그런 속도라면 코끼리들이 살 가능성은 없다"며 "이것은 중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오디샤 주에서는 2012년 코끼리 5마리가 열차에 치여 죽는 일이 일어나면서 코끼리 밀집지 내 열차의 속도 제한 조치가 취해진 바 있다.
인도에서는 열차에 들이받혀 죽는 코끼리의 수가 점차 늘고 있다.
광산을 포함한 각종 개발사업으로 삼림이 줄면서 코끼리들은 먹이를 찾아 점점 더 먼 곳으로 이동하고 급작스러운 사고를 겪는 일도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인도 북부에서 여객열차가 코끼리 떼를 들이받으면서 5마리가 죽었다.
당시 기관사는 지연 운행되는 것을 걱정해 서행 운전하라는 경고를 무시했다고 현지 관리들은 전한 바 있다.
모한티는 "기차들은 운행 시간을 지키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들은 속도를 줄이면 시간을 허비해 손해 본다는 말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11월 인도 아삼주에서도 먹이를 찾아 보호구역을 나선 코끼리 무리가 고속열차에 치여 2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이같은 사정에 따라 올해 초 인도의 한 야생동물보호단체는 철도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코끼리 보호를 위한 신속한 조처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코끼리의 대규모 서식지에서는 철로 밑으로 코끼리용 통행로를 만들고, 열차 승객들에게도 차창 밖으로 음식물을 던지지 못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멸종 위기종으로 간주하는 약 5만 마리의 아시안 코끼리 중 절반 이상은 인도에 살고 있다.
최근 한 연구보고서는 인도의 코끼리 개체 수가 감소세라고 전했지만, 일부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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