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CA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 수상 소감 서면으로 보내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서지현 검사가 17일 한국YWCA연합회의 제16회 한국여성지도자상 시상식에서 젊은지도자상을 수상하면서 미투 운동의 의의를 강조하는 수상 소감을 서면으로 밝혔다.
서 검사는 "분에 넘치는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한 뒤 "일상의 차 한잔에 소소한 행복을 찾고, 가끔 남편과 투닥대기도 하고, 아이 간식과 공부를 걱정하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로 살다가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어 세상 앞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검찰 내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강자들의 성폭력, 그럼에도 가해자를 처벌하고 징계하기는커녕 피해자를 음해하고 괴롭히면서 피해자에게 치욕과 공포를 안겨주어 스스로 입을 닫게 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그와 같은 만행을 가능하게 하는 검찰 내부의 부패와 인사 관행을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십수년 동안 이를 악물고 참고 또 참으면서 힘겹게 또 힘겹게 쌓아왔던 제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남성 전체를 적으로 만들고자 한 것도, 검찰 전체를 공격하고자 한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대다수의 건전한 상식을 갖고 있는 남성들이 힘겹지만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검찰에는 대다수의 선량하고 정의로운 검사들이 밤새워 성실히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MeToo(미투) 운동은 '공격적 폭로'가 아니라, '공감과 연대'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누구 한 사람을 공격하고 폭로하거나 개인적인 한풀이를 하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니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바로 서야 할 검찰을, 우리가 함께 바꿔나가야 할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서 검사는 폭로 이후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일어난 2차 가해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그 날 이후,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참고 또 참던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순간 가해자가, 조직이, 사회가 부인과 비난, 은폐와 보복을 시작한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각오했던 일이지만, 힘겹고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며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수많은 공감의 목소리 속에서, 검찰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것에 뜻을 함께 하는 연대의 응원 속에서, 어쩌면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은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힘겹게 떨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아주 작은 빛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소망으로, 공감해주시는 목소리에 큰 위로와 격려와 용기를 받아, 힘을 내어 서 있다"며 "저의 작은 소망에서 시작한 일로 이렇게 큰 상을 주심에 다시 한 번 영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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