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미 요청에 화답…사우디 외무장관 "구체적 사안 논의 중"
(서울·테헤란=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시리아 파병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입장을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날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시리아 위기가 터졌을 때부터 미국과 시리아 파병에 관해 이야기했고 지금도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미국 행정부가 아랍국들에 시리아 재건을 위해 자금을 부담하고 현지에 병력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한 반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사우디의 시리아 파병이 현실화되면 안 그래도 복잡한 시리아 내 국제 역학 구도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 번도 없었던 중동의 숙적 사우디와 이란군이 시리아 전장에서 직접 충돌할 최악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7년째 접어든 시리아 내전은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 서방국과 러시아, 이란, 시리아로 나뉘어 충돌하는 양상이다.
종파적으로 보면 이슬람 수니파의 지도국 사우디 진영과 시아파 맹주 이란과 시리아 정권으로 나뉜다.
앞서 16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존 볼턴 미국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이집트 측에 아랍군 결성에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국가와 접촉하며 시리아 북부 재건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제공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아랍국가가 현지에 병력을 파견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2천명에 달하는 시리아 주둔 미군의 조기 철수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랍군 구상은 미군 철수로 IS나 다른 극단주의 이슬람세력이 복귀할 수도 있는 시리아에서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사우디로서는 시리아 파병을 통해 반테러전선 구축을 강화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사우디와 UAE가 이미 예멘 내전에 이미 깊게 발을 담근 만큼 또 다른 아랍군을 결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알주바이르 장관도 "사우디가 (미국을) 돕겠다고 제안한 것은 새로운 게 아니다"라면서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때도 미군이 이슬람국가(IS) 소탕을 위해 파병하면 사우디도 다른 아랍국가와 함께 지상군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리아의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파병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면서 "어떤 종류의 군대를 시리아 동부에 주둔시킬지, 그 군대는 어디에서 충원할지 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알주바이르 장관은 지난해 12월 "사우디는 이슬람권 동맹을 넓히기 위해 대테러 작전을 도울 수 있다"면서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동맹군이 물자 수송, 정보능력을 제공하거나 서아프리카의 군을 훈련하는 방법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이날 알주바이르 장관의 '파병 가능' 언급은 미국에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과 러시아 진영의 갈등이 최근 더 첨예해진 터라 이를 간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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