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도 찬성…트럼프 "의회가 법 개정해달라"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미국이 중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를 국외로 추방할 때 근거로 내세워온 이민법 조항에 대해 미 대법원이 17일(현지시간) "모호해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범죄 전력을 가진 이민자 추방을 강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을 제한하는 판결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의회에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법원은 이날 이민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의 관련 조항이 모호하다며 이런 주장을 펴온 캘리포니아 출신 절도범 제임스 카르시아 디마야의 손을 들어줬다. 찬성 5명, 반대 4명이었다.
1992년 미국 영주권을 받은 디마야는 2007년과 2009년 주택에 침입해 물건을 훔쳐 절도죄로 추방 명령을 받았다.
법무부는 디마야가 받은 판결이 '가중처벌이 가능한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민법상 추방 대상인 '폭력범죄(crimes of violence)'에 포함되기 때문에 디마야는 추방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디마야는 그러나 "절도를 폭력범죄로 보는 이민법의 법 조항은 모호하다"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헌 소지가 있다"며 항소했다.
대법원은 법무부의 논리를 반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민법의 모호한 조항 때문에 하급 법원의 판결에 혼선이 생겼다"며 "자동차 절도가 폭력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가의 물음에서 어떤 법원은 '그렇다'고, 다른 법원은 '아니다'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은 성폭행, 도주, 무단침입 등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정부에서 임명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이 '보수적이지 않은' 법 해석을 했기에 가능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YNAPHOTO path='AKR20180418065400009_01_i.jpg' id='AKR20180418065400009_0101' title='미 이민국 단속요원에 적발된 뉴욕의 이민자 ' caption='[게티이미지=연합뉴스]'/>
현재 미 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보수 우위다.
보수와 진보 성향 대법관의 숫자가 4 대 4로 팽팽하게 갈렸으나, 지난해 고서치 대법관이 합류하며 보수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고서치 대법관은 이번에 진보로 흐르지는 않되 엄격한 법 해석을 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후 폭력범죄를 저지른 이민자 추방이 가능해지도록 의회가 조속히 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것은 오직 의회만이 해결할 수 있는 공공안전의 위기"라며 "상·하원은 조속히 법을 고쳐 폭력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서 제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안보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를 범죄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로 만들고, 우리를 더욱 취약하게 하는 결과를 부르는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디마야의 변호인은 "명확한 근거 없이 그 누구도 가정과 가족으로부터 축출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대법원이 내놓았다"고 환영했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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