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 제한하고, 시세 조작 등 엄벌키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오는 2035년까지 전면적인 자유무역항 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남부 하이난(海南) 성에 투기 열풍이 일자 당국이 부랴부랴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은 남중국해의 북서부이자 베트남, 필리핀 등과 인접한 3만4천㎢ 면적의 섬으로, 최근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18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하이난 성은 전날 시세 조작 등 부동산 투기 행위를 엄단하는 내용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대책이 나온 것은 이달 초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이들 대책에 따르면 하이난 성에 투자하려는 외지인은 사들이려는 부동산 가격의 70%를 선금으로 미리 지불해야 한다. 구매 가능한 부동산도 1인당 1건으로 제한되며, 구매 후에도 5년간 판매가 제한된다.
시세 조작 등 악의적으로 가격을 부풀리는 행위나 짬짜미, 거래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는 행위 등은 엄벌에 처해진다. 이들 행위에 연루된 거래 당사자는 물론 이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지방정부 관료도 엄하게 처벌된다.
하이난 성이 이 같은 특단의 대책을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개발 계획 발표 후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3일 하이난 성을 시범 자유무역지대(FTZ)로 만들어 '개혁 개방의 중요한 창구이자 실험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중국 특색 자유무역항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날 중국 국무원은 관광소비의 활성화를 위해 하이난 성에 경마 스포츠의 발전을 꾀하고, 대형 국제 스포츠경기 등과 연관된 스포츠복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호재가 잇따르자 하이난 성 개발과 관련된 테마주가 주식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폭등했다. 하이난 성 부동산 시장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아파트, 상가, 토지 등의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이난 성 산야(三亞) 시의 신축 아파트 가격은 ㎡당 2만8천 위안(약 480만원) 수준이지만, 정부 발표 후 급등세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마 스포츠 육성이나 스포츠복권 발행 계획이 전반적인 도박 산업의 허용을 뜻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섣부른 기대감으로 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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