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쌀 공급과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쌀 생산조정제가 농민들의 외면을 받으며 사실상 실패했다.
현장에서는 벌써 지난해 간신히 끌어올린 쌀 가격이 올해 다시 폭락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7일 기준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 신청 실적은 2만8천㏊로, 농식품부가 올해 목표로 한 5만㏊의 56% 수준이다.
사업 참여 신청이 20일 마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간 셈이다.
쌀 생산조정제는 벼를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해마다 쌀 소비가 감소하는 반면 과잉 생산이 지속하면서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되풀이되자 벼 재배 면적을 적정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올해부터 이 제도를 추진했다.
당초 정부는 쌀 생산조정제를 통해 5만㏊ 정도의 벼 재배 면적이 줄면 올해 쌀 수급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초과 공급되는 쌀이 30만t 정도인데, 5만㏊는 쌀 25만t에 해당하므로 쌀 초과공급량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농가들이 쌀 생산조정제 정책을 외면하면서 정부의 쌀값 안정 대책도 시작부터 동력을 잃게 됐다.
평생 지은 벼농사 대신 콩, 조사료 등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벼 수확만큼의 소득보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불안감, 판로 애로 등이 농가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지난해 수확기 기준 사상 최대 물량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산지 쌀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것이 농민들에게는 '올해도 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줬다는 지적도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쌀 생산조정제 참여율이 목표(5만㏊)의 50% 수준인 2만5천㏊에 그칠 경우 15만t의 초과 공급 물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정부가 올해 이미 사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쌀 생산조정제 사업을 진행한 상황이어서 수확기 햅쌀을 지난해처럼 대량 매입하는 데 예산을 추가로 쏟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수확기 이후에도 하락세가 지속해 비(非)수확기 쌀값이 전년 수확기 때보다 더 떨어지는 역계절진폭 현상도 우려된다.
농식품부는 일단 벼 재배 및 작황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벼 모내기가 아직 진행 중이고, 벼농사의 경우 기후, 날씨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아 현시점에서는 수급 상황을 예상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고 여러가지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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