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구제역 때문에 힘들어"…수의직 공무원 또 미달사태

입력 2018-04-19 08:10   수정 2018-04-19 08:20

"AI·구제역 때문에 힘들어"…수의직 공무원 또 미달사태
충북 10명 모집에 3명만 확보…농촌지역은 지원자 전무
소·돼지 방역하는 공무원보다 반려동물병원 근무 선호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지난 1월 송무행정을 담당할 충북도의 임기제 6급 공무원 1명 모집에 6명의 변호사가 지원,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모집한 공무원은 6급 대우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임기가 3년인 사실상 '비정규직'이다.
한때 최고의 직업으로 꼽혔던 변호사도 최근 청년실업의 한파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웬만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수십 대 1을 훌쩍 뛰어넘고, '공시생' 규모가 44만 명에 달하는 것은 공무원에 대한 청년층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동물 방역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수의직 공무원 확보에는 애를 먹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1월 수의사를 대상으로 수의 7급 공무원 10명 모집에 나섰으나 확보한 인력은 3명에 불과했다.
도와 4개 시·군으로 나눠 선발했으나 충주시, 괴산군, 음성군에서 미달사태가 벌어져서다.
도와 시·군은 면접시험을 치른 5명을 모두 합격시켰으나 이들 가운데 2명은 합격하고도 출근을 하지 않았다.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공무원 임용은 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반면 수의 공무원 모집은 0.3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충북도는 이번 달 7명의 수의 7급 공무원 추가 모집에 나섰으나 응시자는 6명에 그쳤다.
2명을 모집하는 충주시에는 4명이 지원했으나 농촌 지역인 보은군, 증평군, 음성군 등은 또다시 미달사태를 빚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지원자가 또 미달한 데다 원서만 내고 면접시험에 응하지 않거나 합격하고도 출근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하면 몇 명이나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의 상황도 비슷하다. 수의직 31명을 모집했으나 면접시험까지 거친 인원은 24명에 불과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가축전염병의 잇따른 발생으로 동물 방역에 대한 행정 수요가 늘면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응시자가 부족해 전문성을 갖춘 수의직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 수의사들이 도시지역 동물병원 등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년째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리면서 축산 농가 점검, 농장 간 이동 승인 증명서 발급을 위한 임상검사, 가금류 입식 승인 검사, 살처분 매몰지 관리 등 현장 근무가 많은 것도 수의사들이 공무원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축산·방역 업무가 많은 농촌 지역은 아예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다.
수의직을 구하지 못한 일부 자치단체들은 농업직이나 행정직 공무원이 가축 방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축산 공무원은 "동물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요한 데 젊은 수의사들은 농촌에서 가축 방역 업무를 맡는 공무원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해 수의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뒤 일정 기간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도록 하는 국비 장학생 도입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b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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