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물 위트있게 변형…이태원서 국내 첫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푸른 차체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보닛이며 손잡이, 사이드미러가 포동포동 살이 오른 느낌이다. 장난감 자동차처럼 보이는 이 귀여운 물체는 오스트리아 출신 현대미술가 에르빈 부름(64)의 '펫 카'(Fat Car) 연작 중 하나인 '덤플링 카'.
"자동차가 몸을 부풀려 하나의 유기물로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작가와 사이먼 베이커 테이트미술관 큐레이터는 18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 놓인 '덤플링 카'를 흥미로운 눈길로 쳐다봤다.
한국 첫 개인전을 위해 특별 제작한 '덤플링 카'는 자동차 엔진 부분을 제거하고, 그 뼈대를 스티로폼과 섬유조직으로 덮고 깎아내는 방식을 통해 만들었다. 부피를 왜곡함으로써 비만에 부정적인 현대 소비사회를 위트 있게 비판한 작품이다.
조각가를 자처하는 부름은 평범한 사물이나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변형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전시 '원 미닛 포에버' 개막을 맞아 방한한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형태에 변화를 주면 콘텐츠도 바꿀 수 있다는 주제에 관심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덤플링 카' 맞은편에 놓인 '8일 만에 L 사이즈에서 XXL 사이즈가 되는 법'은 그 출발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리 진열대 안에 놓인 종이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순간 웃음이 나온다. '대변 참기' '오후 간식: 당근 1킬로그램' '새벽 2시에 마스(영국 초콜릿 바) 2개 먹기' 등 8일 만에 몸무게를 급격히 늘리는 방법을 담았다. 작가는 1993년 스스로 이 지시들을 이행해 살을 찌우고, 그 전후 모습을 사진 '미 / 미 펫'에 담았다.
"저 자신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작업부터 시작해 건축물과 자동차로 점차 옮겨갔죠. 처음에는 부피를 크게 늘리는 작업을 하다가 형태를 바꾸게 됐죠."
작품들이 무료한 일상에 웃음만을 주고 떠나지는 않는다. 지하 1층을 차지한 캠핑카는 작가가 1970년대식 이동 차량 곳곳에 구멍을 뚫고 의자와 테이블 등을 부착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괴상한 형태의 캠핑카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동성(이민)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관람객이 백색 단상 위에 올라 직접 살아있는 조각이 되는 '1분 동안의 조각'은 조각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이끈다. 의자, 양동이, 세제 등을 활용해 포즈를 취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베이커 큐레이터는 "테이트미술관 소장품 중 유일하게 여러분이 만질 수 있는 작품일지 모른다. 이렇게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을 예술품이라고 세관에 신고하고 들여오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라며 웃었다.
테이트미술관이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9월 9일까지.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