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빨라지는 비핵화·종전 논의…한국 역할 더 커졌다

입력 2018-04-18 17:20  

[연합시론] 빨라지는 비핵화·종전 논의…한국 역할 더 커졌다

(서울=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최근 극비리에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했다는 미국 언론보도가 나왔다. "일들이 잘 진행되면 회담은 아마도 6월 초, 그보다 좀 전에 열릴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언급도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정전체제를 종식하기 위한 종전선언 문제가 주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운명의 봄'을 맞아 한반도 안팎의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 뒤 "그들(남북한)은 (한국전쟁)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종전 문제는 남북만의 합의로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65년간의 한반도 정전체제는 이제 종식할 때가 됐다. 이와 관련, 남북군사대결 종식 공동선언, DMZ(비무장지대) 내 남북 양측 GP(전방 소초) 철거 등의 방안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을 주목한다. 남북이 정전협정을 어겨가며 중화기를 들여놓고 있는 DMZ에서 GP를 뒤로 물리고 중화기를 없앤다면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비축소에 있어 분단 이후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로 여겨질 수 있다. 'DMZ의 비무장화'를 위한 남북 간의 실질적 합의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나온다면 종전선언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확인하면서도 "일이 잘 안 풀려 우리가 회담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불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여전히 살얼음판 같은 현재의 정세를 보여주는 언급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간끌기용이라는 의구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남북정상회담 이전에라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방북을 통해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더 구체적으로 담보하고 북미의 간극을 좁혀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확실히 선택하도록 체제 안전보장 등 북한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세부 방안에 대해서도 한미 간의 더욱 긴밀한 조율을 벌여 나가야 한다.

남북은 열흘도 남지 않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18일 '의전·경호·보도' 분야 2차 실무회담을 하고 막바지 세부 조율작업을 벌였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20일께는 실무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한반도 운명의 향배를 결정할 순간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혹시나 간과한 것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철저히 점검해 나가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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