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고위관계자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방법 검토"
남북정상회담서 종전선언 어려울듯…실질적 종전의미하는 합의문 채택 가능성
북미→남북미→필요하면 남북미중 거쳐 종전선언 이를 듯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오는 27일 예정된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이 현재의 한반도 정전(停戰)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그들(남북한)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 이 논의를 정말로 축복한다"고 말하면서 남북 간 종전논의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기 전에도 종전선언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은 지속해서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정책의 4대 전략 중 하나로 '제도화를 통한 지속 가능성 확보'를 제시하면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 견고한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해서는 현재의 정전체제의 종전체제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적어도 우리 측이 종전협정 체결을 제안할 것임은 짐작 가능한 바였다.
북측 역시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한 이후 종전협정 체결을 염두에 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작년 11월 북한군 하전사 오청성 씨의 귀순으로 비롯된 우발적 충돌 이후 북한군은 추가도발을 자제하고 있으며,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진행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사실상 용인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5∼6일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이 방문했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
당시 수석 특사를 맡았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평양에서 돌아온 뒤 브리핑을 통해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우리 측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김 위원장이 먼저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먼저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은 종전협정 체결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처럼 남북 간 정전체제를 종식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아흐레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거쳐 항구적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남북 공동의 로드맵이 어떤 형태로든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평화적 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정전체제의 종식 문제를 논의하더라도 곧바로 종전선언이라는 결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는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 장군,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평더화이(彭德懷)가 서명했다.
정전체제를 종전체제로 전환하려면 적어도 정전협정에 서명한 국가의 참여와 지지를 확보해야 국제적 신뢰와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로 종전선언을 하지 않고, 실질적인 종전을 의미하는 내용을 특정 조항에 담은 합의문을 채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종전협상과 관련해 "꼭 종전이라는 표현이 사용될지 모르겠다"며 "남북 간에 적대 행위를 금기하기 위한 합의 같은 것을 포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양자 간 합의만으로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필요하면 3자 간, 더 필요하면 4자 간 합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YNAPHOTO path='PYH2018041800520034000_P2.jpg' id='PYH20180418005200340' title='트럼프 "남북한 '종전 논의' 축복…북미회담 아마도 6월초"' caption='(팜 비치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에 있는 자신의 개인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br>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사람들은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며 "그들(남북한)은 (한국전쟁)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 이 논의를 정말로 축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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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관계자의 발언에서 유추해보면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형식이든 실질적인 종전을 의미할 수 있는 '선언적 합의'를 이뤄낸 후 이를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테이블 위에 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종전선언 논의가 성과를 거둘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 또는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라는 목표로 나아간다는 것이 청와대가 구상하는 '종전 로드맵'으로 읽힌다.
현시점에서 남북 간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만큼 적어도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종전선언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제 조건이 한반도 비핵화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미 간 비핵화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종전 로드맵도 좀처럼 진척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남북 정상 간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더라도 관련국들의 지지 속에 순조롭게 종전 로드맵이 이행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간 종전논의를 '축복'했으나, 막상 회담 테이블에 앉아서는 어떤 태도를 보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다른 정전협정 당사국인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건이다. 중국이 동북아시아에서의 역학 구도와 한반도의 종전체제 전환을 관련지어 바라볼 경우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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