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감독 '믿음의 리더십'에 끈끈해진 팀워크, 구단도 과감한 투자
관중도 10년 연속 1위 '실력과 흥행'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017-2018시즌 프로농구 최강자의 자리에 오른 서울 SK는 시즌 개막에 앞서 전주 KCC와 함께 '양강'으로 지목됐다.
김선형과 최준용, 김민수, 최부경 등 '올스타급' 국내 선수들과 애런 헤인즈, 테리코 화이트로 이어지는 외국인 선수 라인업이 화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처럼 문경은(47) 감독이 가진 전력을 얼마나 코트 위에 쏟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지목됐다.
특히 SK는 최근 몇 년 사이에도 선수 구성은 리그 최상급이라는 평을 들었으나 '모래알 팀워크'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 속에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번번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SK는 예상하지 못한 '부상 악재'를 떠안았다.
주전 가드 김선형이 시즌 두 번째 경기인 울산 현대모비스와 원정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쳐 정규리그를 사실상 통째로 날렸다.
지난해 10월 17일 경기 도중 다친 김선형이 코트로 돌아온 날은 올해 2월 28일로 4개월 이상을 쉬어야 했다.
김선형에 이어서도 SK는 최준용, 변기훈, 최부경, 김민수 등이 돌아가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그리고 SK '부상 악재'의 절정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헤인즈가 무릎을 다쳐 플레이오프 출전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24점을 넣고 10.6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은 물론 수비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헤인즈의 공백은 플레이오프에서 메우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SK는 백업 가드인 최원혁과 정재홍 등을 투입하며 김선형 공백을 최소화했고, 헤인즈와 최준용이 임시로 가드 역할까지 수행하며 정규경기 내내 상위권을 맴돌았다.
정규리그 마지막 6경기에서 내리 승리하며 2위로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낸 SK는 제임스 메이스를 헤인즈 대타로 영입했다.
메이스는 전주 KCC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23.8점에 10리바운드, 2.3어시스트의 성적으로 헤인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했다.
원주 DB를 상대한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메이스는 DB의 로드 벤슨에게 완벽히 틀어막혀 우려를 자아냈으나 3차전을 고비로 점차 살아나며 5, 6차전에서는 오히려 벤슨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뽐냈다.
정규리그에 많은 시간을 뛰지 못해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김선형은 챔피언결정전에서 3, 4쿼터 등 후반에 주로 출전하며 고비 때 '해결사'로 나섰다.
문경은 감독의 '믿음의 리더십'은 팀이 부상 악재에 휘청일 때 큰 힘을 발휘했다.
벤치 멤버들을 중용하며 한 두 번 실수에도 질책하기보다는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고, 메이스가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였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부진했을 때도 메이스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한 패턴 연구에 골몰했다.
김선형, 김민수 등이 체력 저하로 고전하자 출전 시간을 줄이며 후반에 집중적으로 기용하는 카드로 전환해 재미를 봤다.
김민수는 5차전을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서 득점이 떨어져 죄송했는데 감독님께서 '후반에 준비하라'고 믿음을 보여주셔서 꼭 보답하고 싶었다"고 고마워했다.
SK 구단의 과감한 투자도 1999-2000시즌 이후 18년 만에 팀이 정상에 복귀하는 원동력이 됐다.
10년이 넘도록 시즌 종료 후 유망주 선수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스킬 트레이닝을 받도록 했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훈련 때 동작 인식 웨어러블 기기를 선수들에게 착용하게 해 선수들의 움직임과 체력, 동선 등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뽑아냈다.
검은색 조끼 모양의 이 웨어러블 기기는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나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등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선수들의 몸 상태를 수치로 환산해 개인별 맞춤형 연습 및 재활 프로그램을 수립할 수 있었다.
2군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아 SK는 2월 말에 끝난 D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DB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SK는 최근 17시즌 연속 10만 관중을 돌파했고, 2008-2009시즌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최다 관중을 기록한 '인기 구단'이다.
1999-2000시즌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어 '겉만 화려한 팀'이라는 지적에도 딱히 할 말이 없었던 SK지만 올해 값진 우승으로 성적과 인기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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