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희소병 아기의 연명치료를 계속하기 위해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의 젊은 아버지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퇴행성 뇌 질환을 앓는 23개월 아기 알피 에번스의 아버지 톰 에번스(21)는 18일 오전(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 전에 교황을 따로 만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대중에게 호소해 달라고 간청했다.
알피의 부모는 교황청이 운영하는 이탈리아 로마의 아동 전문 병원인 제수 밤비노 병원에서 더 나은 치료를 시도하고 싶어 하지만, 영국 법원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알피가 퇴행성 신경 질환으로 인해 반(半) 식물인간 상태에 놓여있다"면서 알피의 해외 치료를 금지한 리버풀 올더 헤이 아동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나아가 생명 유지 치료를 중단하기 위한 병원 의료진의 상세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어, 알피는 작년에 법원의 연명치료 중단 판결로 생후 열 달 만에 숨을 거둔 영국 아기 찰리 가드에 이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에번스는 이날 초록색 묵주를 손에 꼭 쥔 채 교황을 만나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비탄에 잠긴 그를 꼭 안아주며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이후 성베드로 광장에서 이어진 일반 알현에 모인 수 천 명의 신자들에게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는 2살배기 에번스와 2008년 일어난 오토바이 사고로 연명 치료에 기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프랑스 남성 뱅상 랑베르를 위해 묵상 기도를 할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이어 "삶의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끝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유일한 주관자는 하느님뿐"이라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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