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이동경로 확인 목적…현금은 행정 비용"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반난민 정책을 내건 우파-극우 연립정부가 들어선 오스트리아에서 난민 지위 신청자에게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최고 840유로(한화 110만 원)를 납부하게 하는 법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18일 전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난민신청 절차에 드는 비용 때문에 현금을 받기로 했으며 휴대전화는 난민 지위 신청자들이 진술한 입국 경로와 실제 입국 경로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로 이동 경로를 확인한 결과 난민 신청자가 이미 유럽 다른 나라를 거쳐 입국했다면 '더블린 조약'을 적용해 해당 국가로 보낸다는 계획도 밝혔다.
1997년 발효된 더블린 조약은 유럽에서 난민이 난민 지위를 신청할 때 최초 입국한 국가에서 하도록 정하고 있다.
EU는 그동안 더블린 조약의 준수를 원칙으로 삼아왔지만 2015년 대규모 난민 사태가 벌어지면서 예외적으로 그리스,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유럽 내륙국인 오스트리아가 시행 보류 상태나 마찬가지였던 더블린 조약을 꺼내 든 것은 결국 더는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육로로 오스트리아까지 온 난민 대부분은 헝가리를 거쳐왔는데 유엔은 헝가리의 열악한 난민 캠프 시설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유럽 각국에 더블린 조약을 이유로 난민들을 헝가리로 송환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극우 자유당 소속의 헤르베르트 키클 내무장관은 "망명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제출한 이 법안은 아직 의회 표결 절차가 남았지만, 우파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최소 체류 자격 기준도 6년에서 10년으로 강화했고 범죄를 저지른 난민의 추방 절차도 간소화했다.
오스트리아는 2015년 난민 사태 이후 전체 인구 870만 명의 2%에 해당하는 15만 명의 난민이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인권단체인 SOS미트멘쉬는 "가난한 난민에게서 마지막 남은 현금을 뺏는 것은 그들의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들고 결국 사회통합도 어렵게 할 뿐이며 휴대전화 압수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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