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폼페이오 방북은 외교임무 아니었다"…북핵협상 공식 개시 아냐
NYT, 정보당국의 정상회담 준비 주도에 일각서 우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미국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극비 방북은 외교 임무 수행이 아닌 정보 수장 자격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외교관보다 정보라인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폼페이오의 방북은 '외교적 임무'가 아니라 정보기관 수장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서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따라서 폼페이오는 방북을 통해 어떠한 합의도 중개하지 않았고, 김 위원장과의 면담 역시 북핵 협상의 공식적인 개시가 아니었다고 이 관계자들은 전했다.
CIA 국장으로서 정보기관 간 채널을 통해 이미 북한과 접촉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평양 방문은 그가 해온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신문은 폼페이오와 김 위원장의 만남이 정식 외교 임무가 아니었음에도 "역사적이고 가치 있는 회동"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역대 CIA 국장 중 그를 제외한 아무도 북한 지도자와 직접 만나 대화하는 기회를 가진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폼페이오를 북한에 보낸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그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와 케미스트리(궁합)뿐 아니라 북미정상회담 준비에서 정보라인의 역할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폼페이오 내정자가 북미정상회담의 토대를 마련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발대원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면담은 매우 부드럽게 진행됐으며,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며 "정상회담의 세부사항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비핵화는 세계뿐 아니라 북한에도 훌륭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에 대한 국무장관 인준 여부를 앞두고 백악관과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방북을 그의 임명을 승인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부각하는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그가 이번 임무를 통보하지 않아 자신들을 오도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NYT는 트럼프의 측근으로 부상한 폼페이오의 방북은 그에 대한 트럼프의 신임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인 후 해고해버린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을 향한 트럼프의 태도와는 뚜렷이 대비된다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가장 위험한 외교적 수 싸움이 될 이번 정상회담에 관한 정통적이지 않은 접근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비록 트럼프의 신뢰를 받지만 폼페이오는 전통적인 특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아직은 외교수장이 아니라 레임덕에 있는 정보기관 수장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폼페이오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때 CIA 직원들을 대동했다. 국무부나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소속은 아무도 없었다.
폼페이오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등 아무런 가시적인 북한의 양보 없이 돌아온 것에 몇몇 미 관리들이 놀랐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 등도 합의되지 않은 대목도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로 결정하기 이전부터 폼페이오가 북한 문제에 관여했다는 일부 관리들의 말을 전했다.
폼페이오가 CIA와 북한의 카운터파트인 정찰총국 간 채널을 통해 북한 대표들을 다뤄왔고, 이와 함께 서훈 국가정보원장과도 긴밀히 접촉해왔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것을 주선한 인물이라고 미 관리들이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 CIA에 의해 주도되는 것에 일부 관리들이 우려를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해 북한정보당국자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조셉 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떠난 이후 북한 문제에 대한 국무부의 역할은 위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개인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오찬에서 폼페이오는 "매우 똑똑하지만, 사람들과 잘 지낸다"며 상원 인준을 앞둔 '폼페이오 구하기'에 나섰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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