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작업자가 물품 막 다뤄" 항의...안산시장 사과로 봉합
(안산=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권준우 기자 = 19일부터 시작된 경기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 철거작업이 분향소 내부 물품을 인부들이 소홀하게 다뤘다는 유족들의 거센 항의로 중단됐다.
철거현장에서 유족들의 항의로 심상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자 제종길 안산시장이 직접 찾아와 사과하고 유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됐다. 중단된 철거작업은 20일 오전 재개될 예정이다.
19일 오전 10시께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합동분향소 앞에 세월호 배 모형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 작업자들에게 항의했다.
전 위원장은 "기억저장소 직원들이 가져갈 물건인데 이렇게 함부로 밖에 내놓으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따졌다.
함께 있던 10여명의 다른 유족들이 철거작업 현장 주변을 둘러보던 중 추모를 의미하는 노란색 리본과 조화에 달려있던 리본 등 일부 장례용품들이 쓰레기통과 폐기물함 등에 버려진 것을 발견하면서 항의는 더욱 거세졌다.
나무에 '세월호 진실규명',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등 추모객들이 노란 띠에 글을 적어 달아놓은 '노란리본 나무'도 폐기물함 바로 옆으로 옮겨져 있는 것을 유족들이 발견해 다시 유족 텐트 옆으로 가져다 놨다.
한 유족은 "아이들 장례 치르고 나서 이런 식으로 보내는 게 어딨느냐"라며 "시민이 만들어준 것들을 작업자들이 왜 마음대로 치우느냐"라고 항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 작업은 중단됐다.
유족들은 제종길 안산시장의 사과를 요구했고, 결국 제 시장은 오후 3시께 현장을 찾아 유족들에게 사과한 뒤 작업자 교체를 약속했다.
이후 이뤄진 면담과정에서 유족들은 분향소 내부 물품을 임시 보관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 시장은 "작업자들이 유가족에 대한 배려 없이 평소 방식대로 철거작업을 한 것이 유족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라며 "안산시 또한 중간에서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명백한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경각심을 갖고 철거작업 과정에서 오늘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철거작업은 20일 오전 분향소 내부 물품을 임시 보관할 대책이 마련되면 재개할 예정이다.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관 등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정부와 안산시 등은 세월호 참사 4주년을 맞은 지난 16일 영결식 이후 이날부터 합동분향소 시설물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합동분향소는 세월호 참사 발생 일주일 만인 2014년 4월 23일 단원구 고잔동 소재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임시로 마련됐다가 같은달 29일 현 위치인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연면적 2천400㎡ 규모로 세워졌다.
goal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