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승승장구하던 엘리트 관료에서 비리 의혹 공무원으로 추락, 대법원 무죄 판결로 공무원으로 복직, 다시 야인으로, 그리고 금융지주 회장으로.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삶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인생역정을 보여준다.
김 내정자는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국제조세과장, 금융정책과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고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금융정보분석원장까지 올랐다.
이헌재 경제부총리 시절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으로 김석동 당시 금융정책국장과 함께 이른바 '금정라인'을 형성,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주요 인물로 부상했다.
하지만 2011년 6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뇌물수수 공무원'으로 전락했다. 당시 그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부정한 청탁과 함께 4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해 열린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공직에서도 파면됐다.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2013년 1월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그해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김 내정자는 무죄 확정판결을 근거로 안전행정부로부터 복직 결정을 받고 금융위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김 내정자를 증권선물위원으로 영입하려는 금융위의 행보에 청와대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또 당시 조준희 기업은행장 후임으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낙하산 논란' 끝에 기업은행장행(行)도 무산됐다.
결국 복직 6개월 만인 2014년 5월 사표를 내고 법무법인 율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내정자는 공직에 있을 때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선후배 사이에 신망도 두터웠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검찰 수사 당시에도 김 후보자가 저축은행 비리에 관여할 만한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무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후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동정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이는 새 정부 들어 김 내정자가 금융기관장 후보자로 계속해서 하마평에 오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난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후임으로 거론됐고, 금융감독원장 후보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번에 농협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군에 들어가 마침내 지주 회장으로 추천을 받게 됐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관에 있을 때 정책금융을 담당해 농협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공직 선후배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김용환 회장이 어려울 때 부임해서 잘 이끌었지만 새 회장이 오게 되면 농협금융이 명실상부한 금융지주로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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