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오래되고, 교사의 장애 학생 인식도 낮아"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강원 춘천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A 양은 학교의 모든 시설이 일반 학생 중심으로 지어져 휠체어로 이동할 때마다 불편을 겪는다.
이 학교는 1층부터 4층까지 경사로가 따로 없어 뇌병변 장애를 가진 A 양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면 건물에 꼼짝없이 갇힐 수도 있다.
장애인용 화장실은 한 개뿐이어서 다른 장애 학생이 사용 중이면 아무리 급해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일반 학생이 보기에도 강당 문은 휠체어를 탄 학생이 들어가기에 좁고, 문턱도 높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이용하기 어렵다.
식당의 식탁은 의자와 붙어 있어 장애 학생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구조다.
A 양이 다니는 학교처럼 도심의 학교는 그나마 장애 학생을 위한 도움 반이나 보조 선생님이 있지만, 농촌 학교의 여건은 더 열악하다.
이처럼 일반 학교와 농촌 학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장애 학생에 대한 교사의 인식이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
도내 6학급 이하의 소규모 학교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아 2층 이상의 시설은 장애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농촌 소규모 학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규정은 의무 사항이 아니라 권장 사항이다.
학교 측이 주 출입문에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를 설치하더라도 경사가 심해 어린아이는 혼자 힘으로 올라가기 힘든 곳도 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학교도 대피 훈련이나 비상시에는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계단에 따로 경사로가 없다 보니 보행 장애가 있는 학생은 대피 훈련을 포기하고 교실에 남아 있을 때도 있다.
지은 지 오래되거나 예산 부족으로 겪는 불편은 감수하더라도 몸이 불편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인식이 낮아 더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철원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 뇌병변 장애 학생이 또래 학생들로부터 5개월 동안 집단 괴롭힘을 당했지만, 담임교사나 학교 운영 책임자는 이를 숨기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최근 두 번의 감사 끝에 이 학교 교직원 12명 가운데 6명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내고, 다음 달 징계 위원회를 소집해 처벌할 예정이다.
도 교육청은 학교 폭력을 가장 먼저 접하고도 아이들의 장난으로 치부해버린 담임교사에 대해서는 장애 학생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흡한 혐의를 추가해 징계할 방침이다.
이처럼 장애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이 낮아도 연수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교단 내부에서 나온다.
장애 아동을 맡은 담임교사는 반드시 장애인 개선 연수 등에 참석하게 돼 있지만, 현재의 연수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동영상 몇 편을 보고 나오는 게 고작이어서 자신이 맡은 반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형식적인 집합 연수보다는 특수교육지원센터 등이 장애 학생 특성별로 담임교사에게 맞춤형 연수를 지원하거나 장애 유형별로 꼭 알아야 할 자료들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B 교사는 "현재는 담임교사가 특수교사에게 물어보든지 혼자 인터넷으로 아이의 장애에 대해 공부하는 것밖에는 별 방법이 없다"면서 "교장과 특수학급 교사, 담임교사가 몇백 명씩 몰려가서 받는 집단연수는 바쁜 학기 초에 시간 낭비이기 때문에 담임교사에게 해당 학급 아이의 장애에 대해 1대1 멘토링 연수를 하거나 맞춤형 장애인식 개선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도 교육청은 예산이 한정돼 있어 지은 지 오래된 학교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거나 다양한 강사를 구해 연수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2012년부터 장애 관련 시설 규정이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그 전에 지은 학교에 관련 시설을 다 갖추자면 대단위 공사를 해야 하는 형편"이라면서 "장애 관련 교사 연수도 지적 장애 유형별로 하루씩 강사를 구해 추진하면 좋지만, 예산 형편 때문에 사이버 연수 등 다각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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