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호-이돈구 "월드챔피언십, 꿈조차 꾸기 힘들었던 대회"

입력 2018-04-19 17:59  

조민호-이돈구 "월드챔피언십, 꿈조차 꾸기 힘들었던 대회"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5월 4일 개막하는 월드챔피언십 첫 출격
"참가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반드시 잔류하겠다"



(안양=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세계 최고 레벨의 무대인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참가하는 것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변 연출을 다짐했다.
백지선(51·영어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다음 달 4일(이하 한국시간) 덴마크 헤르닝에서 열리는 2018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다.
'백지선호'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비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으나 체코(1-2패), 핀란드(2-5패)와 같은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하지만 월드챔피언십에서 '백지선호'의 여정은 훨씬 험난할 전망이다. 평창올림픽에 불참했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월드챔피언십에는 출전하기 때문이다.
B조에 속한 세계 랭킹 18위의 한국은 캐나다(1위), 핀란드(4위), 미국(6위), 독일(7위), 노르웨이(9위), 라트비아(13위), 덴마크(14위)와 맞붙는다.
어느 한 팀 쉬운 상대가 없다. 게다가 코너 맥데이비드, 라이언 뉴진-홉킨스(이상 에드먼턴 오일러스), 패트릭 케인(시카고 블랙호크스) 등 NHL 특급 선수들이 줄줄이 출전을 예고하고 있어 경쟁의 수준은 한층 높아졌다.
지난해 한국과 같이 2부리그에서 승격한 팀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월드챔피언십 잔류에 성공하지 못했던 점도 대표팀의 어깨를 짓누른다.
때마침 대표팀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국내 아이스하키 실업팀 안양 한라는 2017-2018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 사상 최초로 3연속 우승에 성공한 뒤 미국으로 휴가를 떠났다.
단순한 포상 휴가가 아니었다. 선수들은 그곳에서 NHL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월드챔피언십에서 상대하게 될 '현직 NHL 스타'들의 기량을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19일 안양 빙상장에 진행된 대표팀 훈련에는 자율 훈련이었음에도 국내 선수들이 거의 빠짐없이 참가했다. 훈련장 분위기에는 기대와 설렘, 긴장감이 교차했다.



훈련 뒤에 만난 공격수 조민호(31·안양 한라)는 "NHL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본 건 처음이었는데, 인터넷이나 TV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며 "솔직히 걱정되긴 하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이러한 걱정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우리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월드챔피언십,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등을 통해 세계적인 강호들과 많은 경기를 치렀다.
그 속에서 선수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웠다.
올림픽 1차전 체코전에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터트린 조민호는 강팀들과의 맞대결을 통해 쌓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했다.
조민호는 "우리가 큰 경기 경험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우리 팀의 장점을 바탕으로 코치진의 전술에 맞춰서 하면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고, 힘찬 박수와 뜨거운 응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며 "이번 월드챔피언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다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굉장한 선수들이 나오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표팀의 간판 수비수인 이돈구(30·안양 한라)는 "사실 올림픽은 개최국 자동 진출권이 있어 꿈이라도 꿨지만, 월드챔피언십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꿈도 꾸기 힘들었던 대회"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3부 리그에 있었다. 3부 리그 팀이 2부 리그를 거쳐 단 3년 만에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한 경우는 세계 아이스하키 역사를 통틀어봐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정도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이돈구는 "올림픽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선수들이 나온다. 우리에게는 어떤 측면으로든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참가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다. 반드시 2승 이상을 거둬 잔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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