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논란 김상문 컷오프, 향응 제공 김인수 공천 취소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충북 보은군수 공천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후보 중 한 명은 전과기록 등에 발목 잡혀 컷오프됐고, 다른 한 명은 공천 발표 이튿날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려 중도하차했다.
두 사람의 연이은 낙마로 민주당은 하루아침에 군수 후보를 새로 골라야 하는 인물난에 봉착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19일 공직선거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를 열고 김인수 충북도의원의 보은군수 공천을 취소했다.
공천 발표 하루만이다. 김 의원이 선거구민에게 41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데 따른 조치다.
김 의원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보은지역 여성농업인과 토론회를 하던 중 동석한 집안 조카가 밥값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리 의회 업무용 카드까지 건넸지만, 조카가 자신의 카드로 식대를 내고 나한테는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나를 반대하는 당내 세력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찍어냈다"며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보은군수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지역 당조직을 장악한 김상문 보은장학회 이사장이 여러 건의 전과기록과 세월호 폄훼 논란 등에 휘말려 공천에서 배제된 뒤 그의 지지자들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버리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보은 전체 유권자(3만명) 6분의 1에 해당하는 4천500여명은 김 이사장 공천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당에 제출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김 의원 측은 지난 17일 충북도당에 몰려가 "컷오프된 인물을 되살리려는 시도를 그만두라"며 맞불을 놨다. 다음 날 김 도의원이 보은 군수 공천자로 확정되면서 뜻을 이루는 듯했다.
김 의원 입장에서 보면 사흘간 멀미나는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두 사람의 공천 경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생채기를 키우는 모양새다. 물고 물리는 난타전 속에 조직이 분열되고, 서로의 감정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김 이사장의 회사 홈페이지에 실린 세월호 폄훼 논란 글이 회사 밖으로 나와 유포되고, 두 사람과 관련된 불법 선거운동 고발이 잇따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의 이런 분위기를 느긋하게 즐기는 사람은 일찌감치 자유한국당 공천을 확정 지은 정상혁 현 군수다.
3선에 도전하는 그는 바른미래당과 무소속의 출마로 다자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집권당의 공천갈등까지 겹치자 예비후보 등록도 미룬 채 관망하는 중이다.
주변에서는 "이런 분위기라면, 정 군수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말도 들린다.
하루 아침에 후보가 사라진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거를 50여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됐다.
당장 후보를 재공모하거나 전략 공천이라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당 관계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떤 식이든 서둘러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공모 여부 등은 공천관리위원회 소관이며,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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