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URL 보내며 홍보요청…드루킹 '처리하겠다' 답변"(종합2보)

입력 2018-04-20 11:52  

"김경수, URL 보내며 홍보요청…드루킹 '처리하겠다' 답변"(종합2보)
경찰, 조만간 김경수 소환 방침…추가 매크로 조작 6건 정황 발견
드루킹-김경수 다른 대화방 확인…텔레그램 아닌 '시그널' 메신저
범행동기 번복…"보수소행 위장"→"경제민주화 미진·인사추천 거부 불만"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모(48·필명 '드루킹')씨가 민주당 김경수 의원에게서 특정 언론보도 주소(URL)를 전송받은 뒤 "처리하겠다"고 답변한 사실이 확인됐다.
20일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의원이 김씨에게 텔레그램 메신저 일반 대화방을 통해 URL을 전송했고, 김씨는 당시 김 의원에게 이같이 답변했다. 경찰은 구속된 김씨를 구치소에서 접견 조사하면서 자세한 경위를 캐물었다.
김 의원이 김씨에게 2016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전송한 메시지는 총 14개다. 10개가 기사 URL, 4개는 "홍보해주세요",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 건가요" 등 대화 2건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외신기자 간담회 일정, '답답해서 내가 문재인 홍보한다'는 제목의 유튜브 링크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김 의원이 당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선플(긍정적 댓글)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우리가 선플운동을 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전송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처리하겠다'는 답장의 의미에 대해 "회원들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자발적으로 '공감'을 클릭하거나 추천하도록 하는 선플운동"이었다고 경찰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만 김씨 진술을 온전히 믿기 어렵다고 보고 그가 김 의원으로부터 받은 URL로 실제 선플운동을 했는지,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해 댓글 여론을 조작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김 의원이 김씨에게 URL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고, "홍보해주세요"라고 말하며 댓글작업을 요청한 정황도 있는 만큼 김 의원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수사할 필요성이 분명해졌다고 판단, 김씨와 주변인 조사 및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조만간 김 의원 소환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씨 등 구속된 3명은 올해 1월 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4시간여 동안 매크로를 활용해 문재인 정부 관련 기사에 달린 비판성 댓글에 반복적으로 '공감'을 클릭하는 수법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경찰이 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김 의원 간 대화방이 더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두 사람이 작년 1월부터 3월까지 '시그널'이라는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았고, 김씨가 39차례, 김 의원이 16차례 메시지를 전송한 사실을 전날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대화 내용은 당장 공개할 수 없다"며 "이 대화방에서는 URL 전달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용한 시그널 메신저는 보안이 강한 프로그램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앞서 김씨는 경찰에서 "보수진영 소행으로 보이려는 의도"라고 범행동기를 밝혔으나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진술을 번복했다.
김씨는 구속된 이후 2차례 접견 조사에서 범행동기에 대해 "새 정부 들어서도 경제민주화가 진전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불만을 품었다. 일본 오사카 총영사 인사추천을 거절한 김경수 의원에게도 불만이 있어 우발적으로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김 의원 측에 경공모 회원인 변호사를 일본 대사로 앉혀달라고 추천했다가 성사되지 않자, 해당 변호사를 다시 오사카 총영사가 되게 해달라고 추천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 등이 매크로로 댓글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추가 정황도 포착해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경찰은 김씨가 김 의원에게 보낸 기사 URL 3천여건 가운데 댓글 조작이 의심되는 기사 6건을 지난 3일 네이버에 보내 분석을 의뢰한 결과 전날(19일) 오후 '매크로 사용으로 추정된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1월 17일 사용된 아이디 614개 가운데 205개가 이들 6건의 기사 댓글에 쓰였다"며 추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16일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이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김경수 의원은 드루킹과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의례적 감사 표현만 했다"고 말한 부분에 다소 사실관계 혼동이 있었다며 뒤늦게 바로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드루킹 김씨는 다른 회원들과 대화방에서 "내가 김 의원에게 정보보고서(지라시)를 보내줬는데 감사 표시가 있었다"고 말했고, 드루킹에게 메신저로 감사 표현을 한 이는 김 의원 본인이 아니라 보좌관이었다.
경찰은 조만간 김 의원 보좌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김 의원이 김씨에게 URL을 보낸 사실을 간담회에서 공개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밝혀져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선플인지 조작 댓글인지 판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하면 댓글이 삭제될 우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간담회 때는 서울청장에게 URL 유무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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