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영화상영시장을 장악한 대형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3사가 영화관람료를 잇달아 올리고 있는데 수상하기 짝이 없다. 선두업체인 CGV가 지난 11일 영화관람료 1천 원 인상을 단행했고, 롯데시네마는 19일부터 1천 원 올렸으며, 메가박스는 27일부터 1천 원 더 받기로 했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8일 간격으로 1천 원씩 '군대처럼 질서 있게' 그리고 '친구처럼 사이좋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멀티플렉스 3사는 2016년에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순서로 관람료를 끌어올렸다. 소비자들은 이런 게 담합이 아니면 뭐가 담합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담합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 유지, 변경해서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 담합 행위는 소비자들에게 다른 상품에 대한 선택의 여지를 없애므로 일종의 착취라고 볼 수 있다. 근원적으로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떨어트려 국민에게 깊고 넓은 피해를 준다. 두말할 필요 없이 중대한 범죄행위다. 이들 멀티플렉스 사는 절대로 담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임대료가 꽤 올랐고, 최저임금도 상승했으며, 영화관 의자도 자주 바꿔야 하니 시장원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관람료 인상에 대해 각사 담당자들이 서로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담합에 해당하느냐고 항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들의 관람료 인상을 주시하고 있지만, 구체적 증거가 없다면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사업자가 먼저 가격을 올리고 나머지 사업자들이 뒤따라 인상하는 '모방행위'만으로는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공정위가 담합 조사에 들어가더라도 불법행위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소비자들로서는 답답하고 화가 난다. 이들 업체가 관람료 인상에 합의했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누가 봐도 담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똑같은 1천 원씩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설령 그들이 은밀하게 만나 담합을 결정하지는 않았더라도 결과는 담합과 다름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영화상영시장의 97%를 장악한 이들이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추가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영화관람료 인상에 대해 좀 더 엄격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당사자들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고, 합의해야만 담합으로 판정할 수 있다면 업체들이 쉽게 법망을 빠져나가고 담합 행위는 넘쳐날 것이다. 첨단기기가 범람하는 시대에 누가 남들이 알 수 있는 어설픈 방식으로 가격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하겠는가. 일부 시민단체는 이들의 가격 인상에 명시적 합의가 없었더라도 묵시적 합의 가능성이 있어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기에 거의 합의한 것과 다름없이 일사불란하게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이런 주장을 내치지 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정부 당국이 지나치게 민간 분야의 가격 결정에 개입하면 시장경제의 기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가 망가지면 그 피해 역시 국민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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