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김여정 역할 주목…김영철·리수용, 외교 정책 결정에 양 날개
대미협상서 '미국통' 리용호 외무상 부각…최룡해는 총괄 지원 역할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지성림 기자 =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귀를 잡고 있는 북한 지도부의 핵심외교 브레인은 누구일까.
김 위원장의 구상이 핵무기를 양보하는 대신 체제 안전보장과 정상국가화,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이라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한 담판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들 회담에 앞서 2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발전 병진노선의 완료를 선언하고 경제건설 총력노선을 선언했으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신뢰하는 핵심 참모를 총동원해 북한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서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참모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그는 김 위원장과 피를 나눈 혈육이자 국정운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최측근으로 평가된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2월 초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대표단 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방남해 특사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와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던 인물이다.
또 방남 일정을 마치고는 평양으로 돌아가 남쪽에서 보고들은 내용을 김 위원장에게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측 성원들의 방문을 각별히 중시하고 편의와 활동을 잘 보장하기 위해 온갖 성의를 다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역할이 도드라졌다.
김여정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눈 한 인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굉장히 사려 깊고 영리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오빠인 김 위원장이 아낄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절대 신임을 받으며 총괄역을 하고 있다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및 대남 외교의 양 날개라고 할 수 있다.
대남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수장인 김영철 부장은 지난 2월 말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차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고 대북특사단의 김 위원장 면담 때도 옆자리에 앉았다.
지난달에는 김 위원장의 첫 방중길에 동행 북중정상회담에 배석했고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협력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의 이달 초 극비 방북을 주선했다는 외신 보도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김영철 부장은 이미 군 장성시절부터 남북간 장성급 군사회담에 대표로 참석하는 등 나름 남북문제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만, 정책브레인이라기보다는 김 위원장의 명을 받아 집행하는 역할이 크다.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 외교정책 방향과 전략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여론까지 언급하며 실질적인 조언을 할 수 있는 외교 보좌역은 리수용 국제부장으로 보인다.
리 부위원장은 오랜기간 스위스 대사로 활동하면서 김 위원장의 유학시절 내내 뒷바라지해 신뢰할 수 있는 측근이다.
특히 그는 해외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서방과 국제사회의 외교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졌고 외교적 인맥도 폭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체제에서 드러난 리수용의 역할로 미뤄 김정일 시대 삐걱거렸던 당 국제부와 외무성의 단절 구도를 바로 잡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과거 대미 외교 주역이었던 강석주 외무성 제1부부장과 김용순 당 국제비서의 갈등으로 국제부는 일반 외교업무에서 배제돼 '당 대 당' 교류만 전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수용은 외교분야 컨트럴타워로 자리를 잡고 외무성을 총괄하면서 앞으로 대미외교뿐 아니라 대일 대중 등 외교 전반에서 김 위원장의 외교브레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은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과정에서 담판 협상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의 머릿속에 대미협상의 역사가 그대로 담아있다고 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북한의 대표적 '미국통'이다. 1990년대 초부터 핵 문제뿐 아니라 군축, 인권,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대미외교 현안을 다루는 각종 협상에 핵심 멤버로 참여했으며 6자회담 경험도 풍부하다.
특히 리 외무상의 부친(리명제)이 리수용 국제부장과 절친한 사이였다는 점에서 이들 두 사람의 화학적 결합이 배가돼 김정은 외교의 양대 축으로 더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권력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도 북한의 외교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내치를 총괄함에도 외교 경험이 풍부해 현재 국면에서 김 위원장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지난 3월 말 김 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을 수행했고 앞서 2013년 5월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면담한 데 이어 2015년 9월에도 중국의 전승절 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 2014년 11월 김 위원장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국정운영을 직접 논의할 수 있는 권력 2인자로서 비핵화 과정에서 필요한 대응을 조언할 수 있고 나아가 외교적 고비마다 또다시 중국과 러시아 등 외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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