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절박했나…텔레그램 잡으려다 산업계 피해까지 초래

입력 2018-04-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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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절박했나…텔레그램 잡으려다 산업계 피해까지 초래
WSJ "크렘린의 인터넷 통제의욕 잘 보여주는 사례" 해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러시아 당국이 최근 모바일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 사용을 금지하는 과정에서 수천만 개 IP 주소를 차단하면서 현지 산업계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러시아 미디어·통신 감독기관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는 최근 텔레그램 금지에 나서 1천800만 개에 이르는 관련 IP 주소를 차단했다.
그 여파로 현지 택배 회사, 온라인 영어학교, 자동차 대리점, 택시 회사와 크렘린 박물관을 비롯해 수백 개의 기업 웹사이트와 온라인 업체 접속까지 차단되면서 산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텔레그램은 일반적인 메신저와 달리 메시지, 사진, 문서 등을 암호화해 전송할 수 있도록 해 보안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러시아는 자국 내 야권 정치인 등 반정부 인사들이 텔레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메시지를 전파한다고 보고 인터넷 통제, 단속을 이어왔다. 더욱이 러시아 법원은 지난주 텔레그램 서비스를 차단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러시아 인권보호단체 '아고라'의 언론자유 담당 변호사 다미르 가이누트디노프는 이번 조치는 러시아 당국이 "정보 통제에 따르는 비용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만약 러시아 인터넷의 절반을 파괴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해가 잇따르자 러시아 기업들은 이례적으로 강한 항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 택배 회사 '프티치카' 대표 블라디미르 코브제프는 웹사이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200건의 주문을 놓쳤다면서 소송을 위해 증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선례의 문제"라면서 "오늘은 텔레그램이지만 내일은 페이스북, 또는 누구든 될 수 있다"면서 "이것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집을 가진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아고라도 100개가 넘는 업체가 이와 유사한 소송 제기에 도움을 달라며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의 차단 시도에도 텔레그램 접속이 유지되면서 텔레그램의 인기는 오히려 치솟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러시아 규제당국이 텔레그램을 폐쇄하기 위해 IP 주소를 1천800만개까지나 차단한 것을 보면 크렘린궁이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얼마나 강화하려고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해설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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