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택배대란 다산신도시 주민 "갑질 매도 억울…합의점 찾아야"

입력 2018-04-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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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택배대란 다산신도시 주민 "갑질 매도 억울…합의점 찾아야"

(남양주=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언론사 차량은 진입 못합니다."
20일 오후, '택배 대란'이 진행 중인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는 입구부터 무척 예민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언론사 차량 진입을 허용했지만, 이날은 입구 경비원들이 차를 막아섰다. "내부 분위기가 안 좋아 언론사 차와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돌아다니면 주민들이 싫어한다"는 이유였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택배 대란과 이를 둘러싼 논란·여론의 비난에 주민들은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었다. 주민들은 "말을 할수록 손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갑질, 안하무인 비난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찾은 아파트는 단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 같았다. '차 없는 아파트'답게 어디를 가나 공놀이를 하거나 킥보드를 타며 뛰어노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실제 이 아파트에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대다수다. 단지 내 어린이집이 아이들을 다 수용하지 못해 부모들이 다른 아파트 단지에 있는 어린이집까지 찾아야 할 정도다.
주민들이 택배 차량 진입을 막은 가장 큰 이유도 어린이들의 안전 문제다. 주민 윤모(42·여)씨는 "애초에 차 없는 아파트로 설계돼 차도와 인도 구분 자체가 없는 구조라 큰 차들이 오가면 단지 내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이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높이가 택배 탑차의 높이보다 낮아 진입이 불가능하다. 택배차들은 정문 인근에 택배를 쌓아두고 고객이 찾아가게 하거나, 가까운 곳은 카트로 배달하고 있다.
카트를 이용하는 배달 기사들은 이날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기사들은 "이삿짐센터 차는 진입을 허용하면서 우리만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며 관리사무소와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기사 A씨는 이날 한 동에만 카트를 끌고 3번 왔다 갔다 했다. "신도시라 무거운 커튼 봉, 의자 등 가구가 많다"라며 "카트를 이용하면 배달 시간이 2배는 더 걸리고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 아파트 정문에서 가장 먼 동까지는 600m를 걸어야 했다. 가까운 곳도 최소한 100m 떨어져 있어 카트로 배달하는 기사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저상차를 이용하면 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개조에만 300만원 이상 비용이 들고, 팔리지도 않는다"라며 "저상차는 화물칸 높이가 낮아 짐을 내릴 때 허리를 숙여야 하는데 허리 건강에 매우 안좋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속한 논란에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주민이 기자를 경계하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한 남성 주민은 "말을 하면 할수록 우리만 손해인 것 같다"라며 "시간이 지나며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릴 뿐이다"고 말했다.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최근 여론의 비난을 받은 '다산이 이겼다' 인터넷 게시 글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주민 조모(44)씨는 "문제 해결 협의와 상관없이 아파트와 주민에 대한 왜곡된 인터넷 게시글과 기사가 퍼지며 주민들이 매도당하고 있다"라며 "이런 감정적 갈등이 커지며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신도시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신분을 알 수 없는 이들이 가입해 '다산이 이겼다' 같은 자극적 글들을 올려서 캡처해 유포하고, 바로 탈퇴하고 있다"며 "주민들을 일부러 매도하려고 하는 일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차분하게 서로 입장에 대해서 논의하고 협의해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 교통사고 위험을 막겠다면서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부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가 낮아 택배 차량이 지하주차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배송된 물건을 단지 앞에 쌓아두는 '택배 대란'이 벌어졌다.
이런 사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가 개입했다. 국토부는 택배업체가 아파트 입구의 거점까지 물품을 운송하면 실버택배 요원이 주택까지 손수레 등을 이용해 다시 배송하는 안을 제시했다.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실버택배는 비용의 절반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어 '왜 다산 신도시 택배 문제 해결에 국민 세금을 써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버 택배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와 20만이 넘게 참여하며 결국 실버 택배 안은 무산됐고, 논란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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